임용택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필자가 한 공공기관의 기관장을 맡았을 때 일이다. 기관은 오래될수록 규모가 커지고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 우리 기관도 예외가 아니었다. 고용 여건 개선은 신규 채용을 늘리고 비정규직을 줄이는 데서 찾아야 했다. 하지만 예산이 한정돼 있어 인력을 늘리기가 쉽지 않았다. 필자의 재임 기간 이 기관의 인력은 355명에서 408명으로 53명이 늘었다. 이는 유사한 규모의 정부출연 연구기관 중 매우 높은 비율이다. 이 가운데 17명은 정부 예산으로 한 통상적인 증원이었고 나머지 36명 중 15명은 정부의 총액인건비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였다. 이 제도는 총액인건비 예산의 범위 내에서라면 정원을 초과하더라도 추가 채용을 제한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물론 이사회 허가를 얻어야 한다). 우리 기관은 많은 프로젝트를 따내 총액인건비를 크게 늘리는 방식으로 채용 인원을 늘렸다. 또 정부를 설득해 연구직 6명은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행정직 6명은 계약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비정규직 비율은 40%에서 정부 권고 수준(30%)보다 낮은 28.3%가 됐다.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이 아니라는 유권해석도 적지 않지만, 고용안정성이 계약직에 비해 훨씬 높아 모두들 원한다. 하지만 전환이 그다지 쉽지 않아 기관장의 의지와 결단이 필요하다. 전환에 필요한 비용은 경상운영비나 주요 사업 연구비로 충당해야 하는데, 구성원 사이에서는 나눠 먹을 파이가 적어진다며 저항이 적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상운영비를 절감하고, 연구관리체계 정비로 간접경비 수입을 늘렸다. 나머지 9명은 신규 채용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채용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정규직만 맡아왔던 예산팀장에 무기계약직을 임명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무기계약직에게는 참여의식을 높이고, 직원들에게는 서로를 이해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다. 일자리 문제 해결 요구가 한꺼번에 분출하고 있다. 하지만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정부에만 손을 벌리지 말고, 자구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 있는지 먼저 되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