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조던 스피스 ‘그린의 마이클 조던’

입력 | 2017-07-25 03:00:00

브리티시오픈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4R 초반 잇단 보기로 흔들리자… 캐디 “넌 당대 슈퍼스타급이야” 이후 이글-버디 3개로 정상 올라
우즈에 6개월 앞서 메이저 3승째




조던 스피스(24·미국)는 2015년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와 US오픈을 연이어 제패하며 ‘차세대 골프 황제’로 떠올랐다. 타이거 우즈(42·미국)의 뒤를 이을 선수로 주목받았지만 지난해에는 메이저 우승이 없었다. 오히려 마스터스 마지막 날 선두를 달리다가 12번홀(파3)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범하며 무너져 공동 2위에 그치는 악몽을 겪었다.

24일 영국 사우스포트의 로열버크데일 골프클럽(파70)에서 열린 시즌 3번째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오픈(디오픈) 4라운드에서도 악몽이 재현될 조짐이 보였다. 3라운드까지 선두였던 그는 4번홀까지 3개의 보기를 범하며 흔들렸다. 하지만 스피스의 곁에는 ‘특급 도우미’인 캐디 마이클 그렐러가 있었다. 7번홀 인근에서 그렐러는 불쑥 스피스에게 “너와 함께했던 친구들을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최근 스피스가 멕시코 여행 중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 등과 함께 사진을 찍은 것을 뜻하는 말이었다. 그렐러는 “너는 그들처럼 위대한 선수야. 너 자신을 믿어”라고 덧붙였다.

18번홀이 끝났을 때 스피스는 황제의 길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는 이날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5개로 1언더파를 쳐 최종합계 12언더파 268타로 정상에 올랐다. 2위 맷 쿠처(9언더파)와는 3타 차. 디오픈 우승 트로피인 ‘클라레 저그’를 품에 안은 스피스는 우승 상금으로 184만5000달러(약 20억6000만 원)를 챙겼다. 스피스는 세계 랭킹 2위가 됐다.

27일 만 24세가 되는 스피스는 1979년 대회 우승자인 세베 바예스테로스(우승 당시 22세·스페인) 이후 가장 어린 나이에 디오픈을 정복했다. 또한 23세 6개월에 3개 메이저 왕좌를 차지한 잭 니클라우스(미국) 이후 가장 어린 나이에 3개 메이저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는 24세 6개월에 3개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우즈보다 6개월 빠른 것이다.

스피스는 이날 쿠처와 접전을 펼쳤다. 스피스는 13번홀(파4)에서 티샷이 갤러리를 넘어 경사면 수풀에 떨어졌다.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고 1벌타를 받은 그는 공이 있던 곳과 홀을 직선으로 연결한 선상의 후방으로 공을 옮겼다. 방송 중계 차량을 피해 공을 놓은 곳에서는 언덕에 시야가 가려 그린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스피스는 그렐러의 탁월한 거리 계산과 클럽 조언 등을 받아들여 보기로 피해를 최소화했다. 13번홀이 끝났을 때 쿠처에게 1타 지고 있던 스피스는 14∼18번홀에서 5타를 줄이는 뒷심을 발휘하며 1타를 줄이는 데 그친 쿠처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스피스는 다음 달 열리는 메이저 대회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할 경우 역대 여섯 번째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동시에 우즈(24세 7개월)의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 기록도 뛰어넘게 된다. 스피스는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은 굉장히 놀라운 일이다. (디오픈) 우승을 즐기면서 조심스럽게 전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