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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인 마을’ 대학로 인근에 조성

입력 | 2017-07-25 03:00:00

충신성곽마을에 거점시설 운영
게스트하우스-연습실 등 만들고… 인근에 공동주택 40∼50채 건립
문화예술인 주거 지원 나서




한양도성 동쪽 성곽을 접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충신성곽마을은 풍광이 빼어나 조선시대 ‘한양도성 5대 명승지’로 꼽혔다. 많은 문인이 찾아 풍류를 즐기기도 했다. 지금은 낡은 주택가에 불과하지만 대학로와 가까워 여전히 많은 문화예술인이 살고 있다.

예술적 색채가 고스란히 남은 충신성곽마을에 ‘연극인마을’(조감도)을 조성한다. 24일 서울시와 서울연극협회에 따르면 충신성곽마을 중심 거리에 있는 빈집 3채(충신동 1-165∼167)가 연극인을 위한 거점시설로 꾸며진다. 서로 연결된 이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2층에 연면적 271m² 규모다.

거점시설에는 연극인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극단 사무실 및 연습 공간, 라운지 등이 들어선다. 서울연극협회가 운영을 맡으며 리모델링 설계를 할 때부터 연극인이 참여한다. 연극인마을 조성을 위한 1단계 사업인 거점시설이 지어져 내년 2월 입주를 마치면 근처에 연극인 공동주택 8개동, 40∼50채를 꾸리는 2단계 사업을 추진한다. 낡은 주택이 늘어선 성곽마을 골목이 경남 밀양시 밀양연극촌이나 경기 가평군 연극마을처럼 연극인이 집단으로 거주하며 활동하는 거리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곳은 방치된 노후 주택이 많고 연극의 메카인 대학로와 불과 1km 남짓 떨어져 연극인에게 저렴한 주거 공간을 제공하기에는 최적의 입지로 분석된다.

서울시는 이번 주 거점시설 리모델링 설계를 완료하고 건축심의 등 행정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정식 서울시 주거환경개선과 주무관은 “이미 매입한 거점시설용 건물 외에는 아직 계획 단계로 주민의 동의를 먼저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가 일정치 않고 대부분 저소득층에 속하는 연극인의 주거문제는 문화계의 오랜 난제다. 서울문화재단의 2013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연극인의 월평균 수입은 114만 원. 한 달 수입 150만 원 이하가 전체의 72%를 차지하고, 50만 원도 못 버는 연극인도 30%에 이른다. 서울에서는 작은 보금자리도 마련하기 어려운 이들이 많다. 2015년에는 배우 김운하 씨가 시내 고시원에 홀로 살다가 지병으로 고독사했다. 뒤이어 배우 판영진 씨가 생활고로 집을 잃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연극인 최모 씨(35)는 “매달 무대에 서고 방송 드라마에도 얼굴을 내미는, 그 나름대로 ‘잘나가는’ 배우도 대리운전 같은 부업을 병행하지 않으면 서울에서 살아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문화예술인이 처한 주거 불안정 문제가 도시의 문화적 역량까지 감소시킨다고 판단해 ‘연극발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지원에 나섰다. 주거 지원도 그중 하나다.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지만 성북구 삼선동의 연극인 맞춤형 임대주택 1호(11채)와 성북동의 2호(15채), 준공공임대주택인 삼선동 ‘배우의 집’(10채) 등을 마련해 공급하고 있다. 대부분 건물 한 동을 사들이거나 임대해 저렴하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충신성곽마을처럼 특정 지역에 연극인 맞춤형 임대주택 수십 채를 한꺼번에 공급하는 계획은 처음이다. 서울시는 이 일대 노후 주택과 가로를 정비하는 주거환경관리사업과 연극인 마을 조성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