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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수 “응당 꼭 해야 하는 일이 있어요 간다라展이 제겐 그렇습니다”

입력 | 2017-07-25 03:00:00

김양수 인터아트채널 대표




간다라 미술전을 기획한 김양수 인터아트채널 대표. 김 대표는 “간다라 불교 미술은 이후 중국을 거쳐 백제 문화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설명한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눈뜨고 일어나서 밥 먹는 것처럼, 응당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요. ‘간다라 미술전’은 내게 그런 전시입니다.”

김양수 인터아트채널 대표(67)는 40여 년간 국내외 전시를 기획해 온 미술계 원로다. 미디어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의 1990년대 미국 생활을 지켜본 가까운 지인이기도 하다. 백남준 탄생 85주년이 되는 20일 ‘간다라 미술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그를 만났다.

서울대 미대 출신인 김 대표는 1990년대 중반 미국으로 이주해 화랑을 운영했다. 당시 그는 백남준과 뉴욕 소호 지역에 이웃해 살며 자주 왕래했다. 브루클린 미술관에 소장된 백남준의 작품 ‘경기 따라지’(1997년)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그는 ‘꼭 해야만 한다’는 사명감을 주는 전시가 몇 개 있다고 했다. 1992년 백남준의 국내 첫 회고전 ‘비디오 때, 비디오 땅’, 1993년 ‘아, 고구려’전, 2015년 개성 만월대에서 남북 학자들이 공동으로 발굴한 유물 전시가 그랬다. 이번 간다라 미술전도 그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2000년 전 동방 원정을 떠난 알렉산더 대왕의 ‘침략했지만 파괴하지 않는다’는 철학 덕분에 간다라 지역엔 다양한 종교, 문화, 인종을 온전히 수용하는 독특한 예술 문화가 나타날 수 있었죠. 이번 전시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명상하는 부처상, 2∼3세기 편암. 페샤와르박물관 소장

실제 간다라의 부처 입상은 비슷한 시기 로마시대 소포클레스 신상과 비교해 자세와 옷 주름, 실루엣 등에서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간다라 미술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 앙상한 갈비뼈의 싯다르타 고행상도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해 전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만들기 위해 파키스탄 페샤와르 박물관에서 소장품을 빌려왔다. 설득하고 준비하는 기간만 3년이 걸렸다.

알렉산더 대왕의 정신을 담은 유물을 소장한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등은 현재 아이러니하게도 종교와 인종 문제로 분쟁 중이다. 전시 말미에 지구 반대편에서 ‘다르다’는 이유로 벌어지는 갈등을 다룬 VCR도 상영된다.

김 대표는 “융합, 공존, 포용과 같은 간다라 미술의 정신이야말로 요즘 시대에 필요한 가치”라며 “이번 전시가 1시간 동안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나온 느낌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