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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딥포커스]국가봉쇄 위기서 빛난 ‘조용한 리더십’

입력 | 2017-07-25 03:00:00

국민단합 이뤄낸 카타르 타밈 국왕
2013년 잡음없이 왕위 물려받아… 안정적 국정운영 리더십 발휘
월드컵 유치… 적극적 개방정책
사우디 등 압박에 단호히 대응




타밈 빈 하마드 알 사니 카타르 국왕(37)은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세계적으로 알려진 유명 인사는 아니었다. 2013년 아랍 왕정 사상 처음으로 왕이 살아 있는 동안에 평화롭게 국왕(에미르·Emir) 자리를 물려받았고, 개혁·실용주의 노선을 지향한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조용한 리더’였다.

그러나 지난달 5일 터진 이웃 국가들의 ‘외교관계 단교 사태’를 계기로 그는 글로벌 유명 인사가 됐다. 타밈 국왕은 우려를 불식시키며 건국 이래 최대 위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호평을 받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권 12개국의 단교 조치에 맞서 자구책을 마련하며 국민 생활 안정을 꾀하고 있다. 외환(外患) 속에서 국민들의 애국심과 국왕에 대한 충성심도 예전보다 강해지는 분위기다. 선대 국왕 때부터 다양한 개혁 조치로 국가 경쟁력을 높여 왔고, 단교 사태 이후에는 외교적으로 당당하고, 실리적인 모습을 보인 것도 카타르 국민들의 마음을 잡는 데 도움이 됐다.

타밈 국왕은 21일 이번 사태 발생 뒤 처음으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을 위로하고, 원만한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 못지않게 향후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우리는 더욱 경제를 개방하고, 투자를 많이 유치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의 식량과 의약품을 생산해 낼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단교 사태같이 국가가 봉쇄되는 상황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는 뜻이다. 중동 국가 중 식량과 의약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겠다고 선언한 나라는 여태껏 없었다. 성공 여부를 떠나 과감하고, 신선한 선언이라는 평가가 많다. 또한 △월드컵 유치 △국제적인 교육특구 설립 △개방·실용주의 외교노선 등 다른 아랍 왕정 국가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도전을 적극 추진한 카타르의 과거를 볼 때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있다. 또 “교육, 연구, 언론기관들도 더욱 발전시켜 소프트파워 역량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단교를 주도한 사우디,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요구해 온 ‘알자지라방송 폐쇄’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시민들이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면 표현의 자유는 의미가 없다”며 “카타르는 미디어 혁명이 시작된 뒤부터 정보 독점을 없앴고, 이제 우리는 이전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의 이슬람 성지인 알 아끄사 모스크에 금속탐지기 등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가열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에 대해서도 “형제인 팔레스타인 사람들과의 연대의식을 표현하지 않은 채 연설을 끝낼 수 없다”고 한마디 했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카타르는 중동을 중심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들을 지원했고,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의 중요성도 강조해왔다”며 “팔레스타인 이슈를 부각시키는 건 카타르의 국격과 외교 명분을 더욱 살려주는 조치”라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