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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경기개시 4분 만에 우천취소. 22일 대구 라이온즈파크 LG-삼성전에서 있었던 일이다. 뒤늦게 이를 짚어보고자 하는 것은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어서다. 진실을 판단하기 전에 왜 그날의 심판들은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살펴보자.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편의적 조치로 비판 받아 마땅했을까.
한 현장 감독은 이 결정을 두고 일각의 비판이 쏟아지자 통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식이면 이제 KBO리그에서 우천취소 경기는 다 사라져야 된다. 야구하는 사람들의 처지는 헤아리고 이러는 것인가?” 현장 야구인들은 이 상황을 ‘남 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왜일까? KBO, 그리고 이 결정을 내린 심판진의 입장을 들어볼 차례다.
“게임을 하려고 오후 5시30분에 장비를 다 차려입고 있었다. 그 무렵 앞이 안 보일 정도의 비가 쏟아졌다. 결정 순간(6시4분)까지 폭우였다. 기상청 예보도 찾아봤는데 그칠 비가 아니었다. 삼성 구단에 방수포 걷는 것을 물었는데 ‘40분 정도 걸린다’는 답이 돌아왔다. 통상적으로 이러면 (야구장 정비 시간까지 포함하면) 1시간 이상이 걸린다.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사정을 알 것이다.”
당일 대구 현장에 있었던 취재진 중 이를 지적하는 이가 없었던 것도 이런 정황을 이해했기 때문일 터다. 심판진의 우천취소를 잘했다고 옹호해주자는 것이 아니다. ‘비가 와서 야구를 못 한다’는 것은 종합적 가치판단이다. 경기 전이라면 경기감독관, 경기 후라면 심판진의 주관 혹은 소신이 반영될 영역이다. 이것을 결과적으로 재단하는 것은 가혹하다.
요즘 KBO, 그리고 심판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그들이 잘못했으니 안고 가야 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판할 일로 비판해야 마땅하다. 즉 공정해야 한다. 다분히 정무적인 판단마저 옳고 그름의 이분법으로 측정하면 우천취소처럼 딱 떨어지지 않는 속성의 판단은 영원히 내리기 어려워진다. 문득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문장이 떠오른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세상 모든 사람이 당신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 않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