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진주 핵심 사업장인데…”… 수리온 납품비리-비자금 조성 등 검찰수사에 사천市 예의주시… “항공산단에 불똥튈라” 주민들 우려
경남 사천시 사남면 한국항공우주산업 본사. 이 회사 직원들은 별다른 동요 없이 근무하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대한민국 항공우주도시’인 경남 사천시(인구 11만5000명)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삼천포 지역 경제의 주력인 수산업도 예전 같지 않다. 사남, 용현 일대 대기업에도 잇따라 악재가 닥쳤다. 일부 산업단지 조성사업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완제기 생산업체인 KAI는 직원 4200명에 연매출 3조1000억 원이다. 서부경남 최대 기업이다. 연간 135억 원을 사천시에 지방세로 내며 협력업체도 40곳이다.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사천시가 검찰 수사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송도근 사천시장이 내년 4월 26, 27일 사천에서 열기로 한 ‘에어로마트 사천’도 이 회사와 무관치 않다. 송 시장과 하성용 전 사장은 지난달 파리에어쇼에 참가해 항공비즈니스의 장(場)인 에어로마트 사천 개최를 협의했다.
KAI 관계자는 “검찰 수사로 이미지가 실추돼 항공기 수출길이 막히는 상황이 와서는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KAI와 경남도, 사천시가 함께 참여하는 MRO 사업자 지정이 다음 달로 예정돼 있다”며 “이번 수사로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솔직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KAI가 록히드마틴과 공동 응찰한 차세대 미국 고등훈련기(APT) 수출사업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소 17조 원에서 최대 30조 원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의 APT 사업은 연말경 윤곽이 드러난다. 회사 명운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등훈련기인 T-50의 수출 물량도 확보해야 한다. APT 사업 결과에 따라 고등훈련기 수출권을 따내더라도 납품을 시작하려면 2년 가까이 걸린다. 그 이전에는 T-50 라인을 돌려야 한다.
KAI를 중심으로 한 상권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MRO나 항공산단 추진이 차질을 빚으면 그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반면 KAI의 환골탈태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류두길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 공동대표는 “이번 수사를 계기로 KAI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민영업체로 거듭나야 제2의 대우조선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리온 헬기 판매에 발 벗고 나섰던 사천시의회와 경남도의회도 난감한 처지다. 사천 출신 박동식, 박정열 도의원이 공동 발의한 ‘국산헬기 우선 구매 대정부 건의안’은 본회의에서 어렵게 채택됐으나 빛이 바랬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