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훼손 미미” 용역보고 불구… 환경단체와 의견차 좁히지 못해 추가로 의견수렴 절차 밟기로
한라산 백록담 남벽 탐방로 재개방을 위해 연구원들이 현장에서 조사하고 있다. 암벽에 의한 붕괴 위험, 생태 훼손이 미미하다는 결론이 내려졌지만 환경단체 등의 반발로 재개방 추진은 답보상태다. 제주도 제공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최근 제출받은 ‘한라산 남벽 탐방로 개방시설에 따른 암반훼손 저감방안 용역보고서’에서 남벽을 개방해도 암벽 붕괴 등의 위험 요인이 없고 한라산 경관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25일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 계속 반대 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추가로 의견수렴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제주도는 당초 올해 탐방로 재개설 공사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지금까지 관련 절차를 밟지 못해 내년 3월 개방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제주도가 추진 중인 남벽 탐방로 재개방 계획구간은 남벽 통제소(해발 1600m)∼백록담 동능 정상까지 861.4m이다. 용역진은 남벽 탐방로 가운데 기존 돌계단 이용구간 161.7m를 제외한 699.7m를 덱(deck) 시설로 제안했다. 덱은 경사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구성하도록 했다. 기초지반이 흙과 자갈 등으로 이뤄진 퇴적암 지대는 콘크리트로 기초를 다질 것을 제안했다.
이번 용역결과에 대해 토사 붕괴에 따른 덱 시설의 안전성을 비롯해 콘크리트 타설 문제, 환경파괴 등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됐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은 “백록담 남벽 부근 훼손지 복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덱 개설사업을 하면 훼손, 파괴를 더욱 극심하게 몰아간다”며 “멸종위기식물이 자생하는 남벽에 식생영향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덱을 만들어 개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남벽 탐방로는 오르막이 심한 난코스이지만 한라산의 비경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다. 남벽 탐방로에 서면 산철쭉이 붉은 융단처럼 펼쳐지는 장관이 일품이고 서귀포시 해안선 등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남벽 탐방로를 재개방하면 어리목, 영실, 돈내코, 성판악, 관음사 등의 5개 탐방로가 모두 연결된다. 제주도는 남벽 탐방로가 한라산 탐방을 ‘사통팔달’로 열어주는 역할을 하며 탐방객을 분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판악탐방로에 탐방객이 몰리면서 빚어지는 주차난, 교통체증, 환경오염 및 파괴, 오수처리용량 초과 등에 대한 대책이기도 하다.
김창조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장은 “남벽 탐방로가 있어야 탐방객 총량제, 사전예약제, 탐방로별 휴식년제 등 한라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책을 효율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며 “일부 환경단체 등에서 주장한 부분에 대해 논의를 진행한 뒤 올해 하반기 남벽 탐방로 재개방 시기를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남벽 탐방로는 1986년 개설됐지만 퇴적층 등의 지질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돌계단 조성, 탐방객 답압, 폭우 등으로 붕괴 현상이 발생해 1994년 4월 통제됐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