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재임 시절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 등 주요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24일 원 전 원장의 파기 환송심 공판에서 검찰이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 선고를 요청하면서 재판부에 증거로 공개한 ‘국정원 전 부서장 회의 녹취록’에서다. 국정원은 2013년 검찰에 자료를 제출하며 보안을 이유로 삭제했던 대목을 새 정부가 들어서자 복구해 다시 제출했다.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그는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 판결을 받고 석방된 바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이 재임 중 주재한 간부회의 발언은 정치 개입을 자행했던 서슬 퍼런 군사독재 시절의 중앙정보부장을 연상케 한다. 2011년 11월 18일 그는 “12월부터 (2012년 총선) 예비등록 시작하지요? 지부장들은 교통정리가 잘되도록 챙겨 보라”는 말로 국정원의 전국 지부조직을 통해 지역의 후보 공천에 사실상 선거 개입을 할 것을 지시했다. 2012년 4월 총선 직후 열린 회의에서는 “심리전이란 게 대북심리전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에 대한 심리전”이라며 좌파에 점령당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여론의 주도권 확보에 나서라고 독려했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12월 회의에서는 “기사 나는 걸 미리 알고 기사를 못 나가게 하든지, 보도매체를 없앨 공작을 하든지… 잘못할 때마다 쥐어 패는 게 정보기관 할 일이지, 가서 매달리고 어쩌고 하면 안 된다”며 군사독재 시절 같은 언론 탄압을 주문하기도 했다. 또 “꼬리가 잡히지 않도록 하는 게 정보기관”이라는 말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