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설립된 국내 1호 상장기업 경방이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주력 공장을 해외로 옮길 방침이다. 최대 10%로 예상했던 최저임금 인상 폭이 16%를 넘어서자 24일 이사회를 열어 최신식 설비를 갖춘 광주공장의 생산 물량 절반을 베트남 빈즈엉성으로 이전하기로 확정했다는 것이다. 베트남 인건비는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이어서 이전 비용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다른 방직업체인 전방(옛 전남방직)도 최저임금 인상 충격에 섬유공장 6곳 중 3곳을 폐쇄하고 근로자 600여 명을 해고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올해 방직업계 생산직 근로자 1명의 평균 인건비가 4대 보험료 등을 합쳐 연 3546만 원이다. 내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오르면 인건비는 4104만 원이 들어간다. 여기에 원전 축소에 따른 전기료 인상도 예상된다. 24시간 방직기계를 돌려야 하는 공장 특성상 원가의 10%인 전기료까지 오르면 국내에 남아날 방직업체가 있을지 모르겠다.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 전략의 정책 수단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을 추진하면서 과연 이 같은 후폭풍을 예상했는지 의문이다. 30인 미만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에 정부가 최저임금 추가 인상분을 지원한다지만 방직업체들은 규모가 커 제외된다. 용접 금형 주물 연마 등 ‘뿌리 산업’ 중소기업들은 지원을 받기 위해 고용 축소를 고려할 판이다. 패스트푸드점과 주유소는 종업원을 줄이고 셀프서비스 기계를 도입하고 있다. 저임금 근로자를 위한다는 최저임금 인상이 되레 이들의 일자리를 뺏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