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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100년 기업’까지 해외로 내모는 최저임금 인상

입력 | 2017-07-26 00:00:00


1919년 설립된 국내 1호 상장기업 경방이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주력 공장을 해외로 옮길 방침이다. 최대 10%로 예상했던 최저임금 인상 폭이 16%를 넘어서자 24일 이사회를 열어 최신식 설비를 갖춘 광주공장의 생산 물량 절반을 베트남 빈즈엉성으로 이전하기로 확정했다는 것이다. 베트남 인건비는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이어서 이전 비용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다른 방직업체인 전방(옛 전남방직)도 최저임금 인상 충격에 섬유공장 6곳 중 3곳을 폐쇄하고 근로자 600여 명을 해고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올해 방직업계 생산직 근로자 1명의 평균 인건비가 4대 보험료 등을 합쳐 연 3546만 원이다. 내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오르면 인건비는 4104만 원이 들어간다. 여기에 원전 축소에 따른 전기료 인상도 예상된다. 24시간 방직기계를 돌려야 하는 공장 특성상 원가의 10%인 전기료까지 오르면 국내에 남아날 방직업체가 있을지 모르겠다.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 전략의 정책 수단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을 추진하면서 과연 이 같은 후폭풍을 예상했는지 의문이다. 30인 미만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에 정부가 최저임금 추가 인상분을 지원한다지만 방직업체들은 규모가 커 제외된다. 용접 금형 주물 연마 등 ‘뿌리 산업’ 중소기업들은 지원을 받기 위해 고용 축소를 고려할 판이다. 패스트푸드점과 주유소는 종업원을 줄이고 셀프서비스 기계를 도입하고 있다. 저임금 근로자를 위한다는 최저임금 인상이 되레 이들의 일자리를 뺏는 형국이다.

중소·중견기업계 사정이 이러한데 정부는 대기업의 법인세율 인상 카드까지 꺼내들 태세다. 법인세율이 오르면 국내 기업은 해외 지사를 현지 법인으로 전환하고, 외국 기업은 아예 한국을 떠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식으로 대·중소기업 모두에 어려운 환경이 계속된다면 한국에서 ‘기업 엑소더스’가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