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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식 전문기자의 스포츠&]스포츠 스타의 탈세와 절세

입력 | 2017-07-26 03:00:00


일러스트레이션 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안영식 전문기자

프로 스포츠는 돈이 말해 준다. 천문학적인 이적료, 그에 걸맞은 계약금과 연봉, 일반 월급쟁이는 평생 저축해도 만져보기 힘든 거액의 상금….

올 윔블던테니스 남자단식 우승자 로저 페더러(스위스)는 220만 파운드(약 32억4000만 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US오픈 우승자 브룩스 켑카(미국)는 216만 달러(약 24억5000만 원)를 거머쥐었다. 국내 골프팬들을 놀라게 했던 박성현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US여자오픈 우승 상금 90만 달러(약 10억2000만 원)가 왜소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런데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나 보다. 이미 ‘갑부’이건만, 스포츠 월드스타의 탈세 의혹은 끊이질 않는다. 특히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쌍웅’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는 탈세도 쌍벽이다. 수법(유령회사 이용)까지 닮았다.

메시(52억 원 탈세 혐의)는 최근 징역 21개월을 선고받았지만 ‘징역 24개월 미만 초범은 집행유예’라는 스페인 법에 따라 자유의 몸이다. 관심사는 메시의 라이벌인 호날두(186억 원 탈세 혐의)의 형량이다. 메시보다 3배 이상인 탈세액만 따지면 5∼7년 징역이 예상된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하지만 그에겐 어떤 ‘편법’이 동원될지 궁금하다. 메시의 징역 21개월도 실형은 모면하게 해주려는 냄새가 짙기 때문이다.

‘내가 벌어들이는 돈은 나만의 재능, 남다른 노력의 결과물인데, 왜 불특정 다수의 복지를 위해 높은 세율의 세금을 내야 하는가?’ 이는 일반 고소득자도 갖는 불만일 게다.

하지만 세상에 오로지 혼자 이룰 수 있는 게 얼마나 될까.

동료의 어시스트가 없다면 제아무리 호날두, 메시라도 꿔다 놓은 보릿자루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게다가 골 경쟁이 치열한 두 선수는 동료가 얻은 페널티킥을 도맡아 차는 ‘특혜’까지 누리고 있지 않은가.

도로 사이클도 팀플레이가 승부의 관건이다. 팀의 간판스타를 위해 동료들은 경쟁 팀 에이스를 견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랜스 암스트롱(미국)의 투르 드 프랑스 7회 연속 우승 금자탑은 그렇게 세워졌다.

한편 그들의 엄청난 연봉과 광고 출연료 등의 종국적인 재원(財源)은 팬들의 지갑이 아닌가. 그렇기에 매년 스포츠 스타 연간 수입 1, 2위를 다투는 호날두, 메시의 탈세 소식은 씁쓸하다.

그런데 프로 선수들은 탈세의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 연예인과 마찬가지로 종합소득세를 내는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이다.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당하는 ‘유리지갑’ 월급쟁이와 달리, 그들은 자신이 신고한 소득액에 대한 세금을 낸다. 소득 축소 신고가 주된 탈세수법이다.

하지만 탈세가 적발되면 선수생명이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이 또한 이미지가 생명인 연예인과 흡사하다. 그래서 ‘현명한’ 선수들은 합법적인 절세에 주력한다.

예를 들어 LPGA투어에 진출한 한국선수들은 대부분 플로리다주에 주소지를 둔다. 골프 환경이 좋은 데다 10% 안팎의 주세(州稅)가 없기 때문이다. 이 밖에 텍사스(추신수, 최경주), 사우스다코타, 워싱턴, 알래스카, 네바다, 와이오밍 등 6개 주도 소득세가 없다. 물론 연방세(약 40%)는 내야 한다.

아예 소득세가 없는 나라도 있다. 연봉 등을 알짜로 챙길 수 있다. 프로축구 AS 모나코에서 뛰던 당시 박주영은 ‘면세 선수’였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클래식은 골프선수들이 선호하는 대회다.

우리나라는 프로선수 소득의 약 40%를 필요경비(과세 대상에서 제외)로 인정해 준다. 그 한도를 넘어서는 비용도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보약 값까지도 과세 대상에서 빼준다. 이런 혜택을 받기에, 팬에 대한 보답은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성실한 납세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시작일 뿐이다.

자유계약선수(FA) 100억 원 시대를 연 프로야구, 총상금 200억 원을 돌파한 여자프로골프 등 우리나라 스포츠 시장도 많이 커졌다. 그런데 다음 달 발표될 세법 개정안이 요즘 ‘뜨거운 감자’다. 만약 소득세 최고세율이 42%(5억 원 초과 소득자)로 올라가면 예전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선수도 자연히 늘어날 것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시쳇말이 있다. ‘내가 하면 절세, 남이 하면 탈세’라는 아전인수(我田引水)는 금물이다. 절세와 탈세는 종이 한 장 차이인 경우가 많다. 필드와 그라운드에서의 파인플레이 못지않게 납세도 페어플레이를 기대한다.
 
안영식 전문기자 ysa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