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가루가 특징인 을지면옥의 물냉면. 석창인 씨 제공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면학의 서’에는 다양한 표현이 등장하는데 이를 기억해 두었다가 일상에서 적절히 사용하기에 좋습니다. ‘박이부정(博而不精)’ ‘안광이 지배를 철하다’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 ‘고칠현삼(古七現三)’ 등이 있는데 그중 고칠현삼을 응용해 보겠습니다. 고칠현삼은 고전 일곱 권, 현대문학 세 권 정도 비율로 읽으면 좋다는 말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평양 물냉면을 논할 때 육수(국물) 7, 면 3으로 배분해 평가합니다. 결국 ‘육칠면삼(肉七麵三)’인 것이지요. 그만큼 물냉면의 핵심은 육수에 있습니다. 면은 어느 정도 반열에 오르면 다 어슷비슷합니다. 예전에는 소, 돼지, 꿩 또는 닭을 삶은 육수에 동치미 국물을 섞어 육수를 만들었다고들 합니다. 기본적으로 동치미는 겨울 음식인지라 아예 마당에 동치미 항아리를 묻어두고 매일 꺼내 쓴다면 모를까 요즘 같은 염천 더위에는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식당에 따라서 양지머리 부위만 쓰거나 돼지고기와 사골 등을 같이 넣어 우려내기도 합니다. 또는 대전 숯골원냉면처럼 닭고기로 육수를 내기도 하지만 동치미를 옛날처럼 제대로 섞어 내는 곳은 드뭅니다. 동치미 구하기가 어려우니 아예 식초를 뿌려서 동치미의 시큼함을 재현하는 것입니다.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s2118704@naver.com
○ 을지면옥 서울 중구 충무로14길 2-1. 02-2266-7052. 물냉면 1만 원·수육 2만3000원·편육 1만8000원
○ 남포면옥 서울 중구 을지로3길 24. 02-777-3131. 물냉면 1만1000원·어복쟁반(중) 7만 원·수육 3만 원
○ 대전숯골원냉면 대전 유성구 신성로84번길 18. 042-861-3287. 물냉면 8000원·평양꿩냉면 1만3000원·닭백숙 3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