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요-록 밴드 ‘씽씽’ 美 진출
NPR 프로에 한국인으로 첫 출연, 8월 美 순회공연후 귀국콘서트 “밴드 지속 목표… 내년 흑자 기대”
최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6인조 민요-록 밴드 씽씽의 ‘씽씽락락’ 콘서트. 이들의 야단법석 공연에 객석이 뒤집히는 건 순식간이었다. 앞줄 왼쪽부터 소리꾼 추다혜, 이희문, 신승태. 국립극장 제공
67년 전통의 국립극장이 ‘막춤의 전당’으로 변하는 건 눈 깜짝할 사이였다. 1980년대풍 영국 록, 뽕짝 메들리, 민요와 뮤지컬 ‘헤드윅’의 이종교배랄까. 혁명에 앞장선 건 괴물 같은 민요-록 밴드 ‘씽씽(Ssing Ssing)’.
14일 밤, 대개는 연극, 창극, 무용이 차분하게 상연되던 이곳 달오름극장은 마치 요란스러운 관광버스 같은 분위기로 끓어올랐다. ‘레 레 레 레레레 도/레 레 레 레레레 도….’ 기타, 베이스기타, 드럼의 3인조 밴드가 무대 뒤에서 퀸의 ‘Under Pressure’ 비슷한 리듬으로 앞장섰다. 여장 남자 둘, 여자 하나로 구성된 민요 보컬 셋이 강원 민요 ‘사시랭이 소리’와 경상 민요 ‘옹헤야’를 메들리로 풀어냈다.
씽씽을 해부해 보자. 영화음악 감독, 록 연주자, 민요 소리꾼들. 베이시스트는 영화 ‘부산행’ ‘곡성’ ‘암살’ ‘타짜’의 음악을 만든 국내 대표 영화음악 감독 장영규다. “2014년 여우락 페스티벌 공연 ‘제비·여름·민요’가 모태가 됐어요. 민요로 신나게 춤출 수 있는 음악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록, 민요, 막춤, 퀴어 코드로 무장한 씽씽은 밴드 결성 이후 서울 마포구 클럽 ‘코스모스’에서 첫 공연을 했다. 록과 전자음악에 열광하던 20대가 민요에 맞춰 춤추기 시작했다.
‘조선의 아이돌’이란 별칭도 얻었다. 경기민요 명창이자 ‘얼굴마담’ 격인 프런트맨 이희문의 아우라도 한몫했다. 이태원(기타) 이철희(드럼)의 차진 리듬 위로 이희문 신승태 추다혜의 트리플 민요 보컬이 얹힌다. 칼칼하고 구수하며 능청맞고 구슬픈 노랫가락이 록에 얹히는 맛은 아찔하다. 뾰족한 킬힐에 가발 차림을 한 독일 카바레 공연 같다.
씽씽 콘서트는 아이돌 가수 공연에 가깝다. 국립극장 공연엔 응원용 형광봉 수십 개가 등장했다. ‘사랑도 거짓말이요∼’ 하는 ‘노랫가락’을 비롯해 ‘청춘가’ ‘산염불’ 같은 민요가 10대들 사이에서 랩처럼 널리 불리는 날이 올까.
‘창부타령’ ‘정선아리랑’ ‘사설난봉가’ ‘흥타령’…. 조상님들이 물려주신 레퍼토리는 이렇게나 무궁무진하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