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3일 충남 태안에서 현무-2C 신형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모습. 현무-2C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킬체인(Kill Chain)’의 핵심 무기체계다. 국방부 제공
북한의 6차 핵실험 위기가 고조되고 미국이 항모전단을 비롯한 전략자산을 한반도 인근에 집중배치하면서 불거졌던 ‘4월 한반도 전쟁 위기설’과 유사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는 북한이 예상과 달리 핵실험을 하지 않았고, 미국도 무력시위를 뛰어넘는 실질적인 군사 조치를 취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복잡하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27일 “미국이 4월에 군사옵션을 거론했을 때는 미군이 구체적인 군사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추가 ICBM 발사실험으로 북한이 미사일 기술의 완성도를 높인다면 보다 구체적인 군사공격 방안을 군 내부적으로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있을 경우에 대비해 준비 작업에 착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8월말 시작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이 대북 군사옵션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UFG 연습은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을 검증하는 연합훈련이지만 매년 다양한 시나리오를 추가하는 만큼 미국의 대응 의지가 반영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군사옵션이 북한과 중국을 압박하는 ‘외교적 카드’로 보는 시각이 워싱턴 정가에서 우세한 편이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중국의 협조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군사대응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아직은 외교적 압박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자에 대한 제재)이 사실상 집행단계로 접어드는 등 중국 기업에 대한 추가 제재가 예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아직은 유엔을 통한 대북 제재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중국은 미국의 무역보복에 큰 두려움을 갖고 있다. 중국은 올 상반기 전년 동기보다 6.5% 늘어난 735억 달러(약 85조4000억 원)의 대미 무역흑자를 냈다. 미중 간 무역전쟁이 벌어지면 미국보다 중국이 잃을 게 많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에게는 환율조작국 지정과 같은 대중 강경대응 카드가 남아 있다. 중국이 미국의 대북제재 동참 요구를 마냥 거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실제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25일 “중국과의 대북 추가 제재 논의에 진전이 있다”고 말했다. 원유공급 중단과 같은 극단적인 조치에 중국이 동의한 것은 아니지만 유엔의 추가 대북제재 결의안에 미국이 원하는 걸 어느 정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다른 소식통은 “미중 간 대북제재 협상 때 중국은 결국 미국의 기대에 부응하는 협조를 해왔다”며 “이번에도 중국이 8월 위기설을 잠재우는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