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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도 ‘인도양 파워 게임’…국경 분쟁 이어 ‘해양 갈등’

입력 | 2017-07-27 21:44:00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중국이 인도 남쪽 인도양 섬나라 스리랑카의 함반토타항 사용권을 따냈다. 인도양 요충지 파키스탄 과다르항을 확보하고, 지중해와 인도양을 잇는 아프리카 지부티에 첫 해외군사 기지를 건설한 데 이어 인도양의 또 다른 요충지를 손에 넣은 것이다.

2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애초 중국이 원했던 조건으로 스리랑카와의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수개월간의 협상 끝에 11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하고 항구 사용권을 따낸 중국 국영 해운·물류기업 자오상쥐(招商局)는 항구 시설의 70% 지분만 확보했다. 원래 중국이 제시한 조건 80%에서 낮아진 것이다. 게다가 항구 보안, 무선항행 서비스 운영권, 항구 입출입 허가권은 지분 2위인 스리랑카 항만 당국이 갖는다. 스리랑카가 선박 정박의 결정적인 통제권을 유지한 것이다. 이러면 중국이 함반토타항을 군사기지로 쓰는 데 제약이 따른다.

인도 전문가들은 “인도는 중국이 경제 목적보다 군사 전략적 목적으로 스리랑카 항구를 확보하려 한다고 의심해 왔다”며 거래 조건이 바뀐 것은 인도의 압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스리랑카가 인도의 의혹을 누그러뜨린 뒤에야 계약이 성사됐다는 것이다.

중국과 인도는 올해 5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중국 일대일로 정상회의에 불참한 데 이어 7월 중국과 인도 접경에서 군사 충돌까지 일어나면서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인도가 처음으로 중국 견제에 성공한 것이다.

그럼에도 인도는 함반토타항이 언젠가 군사기지로 전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불안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스리랑카는 65억 달러의 국가 채무가 있고 그중 8억 달러를 중국에 빚지고 있다. 채무를 줄이기 위해 중국에 군사기지 사용을 양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인도의 고민이다.

27일 미국의 소리(VOA) 중문판에 따르면 인도는 중국의 지부티 군사기지에 대해서도 중국과 인도 안보 문제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며 대응 조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양 제해권을 놓고 중국과 인도가 벌이는 파워게임의 승자가 누가 될지 주목된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