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 먹는 팔색조’ 찍은 장성래씨 40년전 원양어선 타며 새에 관심… 남해에 어떤 새 사는지 찾기 시작 새 사진 찍기 위해 촬영기술 익혀… 10kg 넘는 장비 메고 수시로 찾아 “팔색조 첫 셔터 감동 못잊어”
새가 좋아 사진을 찍다가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게 된 장성래 씨는 위장망과 10kg 무게의 촬영장비를 짊어지고 수시로 산을 오른다. 그가 찍은 사진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이나 새 전문가들이 생태 연구에 활용할 정도다. 두번째 사진은 장 씨가 찍은 팔색조 한 쌍 사진. 장성래 씨 제공
“올해 가뭄이 심했잖아요. 팔색조는 지렁이를 주로 잡아먹는데 날이 가물다 보니 먹이가 바뀌겠다는 생각을 하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죠.”
장 씨가 우리나라 최초로 찍은 사진이 우연이 아니라 지식과 경험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장 씨는 새 사진을 찍기 위해 도감 등을 읽어가며 새의 생태를 철저히 공부한다. 한 번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 산속에 위장망을 치고 열흘이 넘도록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꼼짝 않고 매복하는 일도 흔하다. 장 씨는 “관심이 있어서 공부하고 사진을 많이 찍다 보니 지역 신문에 연재도 하고 책도 쓰게 됐다”며 “지금은 조류학자인 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와도 자주 통화하며 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씨는 새를 봤는데, 얘기해도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으니 사진을 찍게 됐다. 사진가들 사이에서도 최고 난도로 꼽히는 새 사진을 찍기 위해 촬영 기술을 익히면서 고가 장비에도 손대게 됐다. 지금 가진 카메라와 렌즈 등의 장비 가격은 모두 1000만 원 이상. 무게로 따지면 10kg이 훌쩍 넘는 장비들과 위장망까지 짊어지고 장 씨는 수시로 산에 오른다. 식구들이 혹시 싫어하거나 걱정하진 않는지 묻자 “술 담배를 안 해서 점수를 땄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행히 식구들도 환경이나 자연에 관심이 많아요. 새 사진을 찍고 돌아오면 같이 보고 가족들과 이야기하고 지냅니다.”
새 사진 중에서도 장 씨는 팔색조 전문이다. 그는 “알록달록한 깃털 색이 너무 예뻐 처음 사진을 찍을 때는 셔터를 어떻게 눌렀는지도 생각나지 않는다”며 “지금은 7년째 팔색조에게 빠져 있다”고 전했다.
그런 장 씨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남해군의 환경을 보존하면서 그곳에 팔색조가 많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그는 “남해군은 산 중턱에 유기비료를 뿌리고 농사를 짓던 논밭이 많아 팔색조의 먹이인 지렁이가 풍부한 환경”이라면서 “남해군이 아름다운 새 팔색조가 많은 아름다운 고장으로 전국에 알려졌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