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승, ‘그의 또 다른 휴식’, 2016년.
요즘 시판되는 일안 리플렉스 디지털카메라들은 ISO(카메라 센서가 빛에 반응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가 높아 삼각대 없이도 밤에 웬만한 것들을 찍을 수 있다. ISO 숫자는 두 배씩 커지는데 그 숫자가 클수록 빛에 반응하는 범위가 배로 높아진다는 의미다. 필름 카메라가 대세였던 시절 고감도 필름이 ASA400(ISO400) 정도였지만 요즘 디지털카메라의 ISO는 보통 25,600까지 지원한다. 기술 발전의 속도로 미뤄볼 때 빛이 거의 없는 데서도 플래시 없이 사진 찍을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강바람에 버드나무 가지들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간간이 서 있는 가로등이 슬쩍 비추는 장면은 밤의 한강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취감이 묻어나는 풍경이다. 이런 장면은 망원렌즈보다는 와이드렌즈를 이용해 ISO를 1600 이상으로 세팅해 찍는다면 괜찮은 사진을 건질 수 있다.
사진은 한강공원에 산책 나갔다가 찍은 것이다. 휴식하는 모습이긴 하지만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들, 고독한 인간, 현대의 모습 등 중의적인 의미를 사진으로 나타내고 싶었다.
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