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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 더 동아/7월 29일] 찰스 왕세자-다이애나 ‘세기의 결혼식’

입력 | 2017-07-29 03:00:00


다이애나 영국 전 왕세자빈. 찰스 왕세자와의 15년 결혼생활을 마치고 이혼했으나 1년 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다음달로 20주기를 맞는다. 동아일보DB

‘미래의 국왕과 왕비가 될 찰스 황태자(32)와 다이애나 양(20)은 29일 세계 7억의 인구가 지켜보는 가운데 런던의 유서 깊은 성바오로 대성당에서 로버트 룬치 캔터베리 대주교의 집전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동아일보 1981년 7월 30일자 4면에는 찰스 왕세자와 결혼한 다이애나의 결혼식 소식이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실렸다. 아이보리색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는 아름다웠다. 이날 같은 지면에는 ‘영국 폭동 첫 사망자 발생’이라는 기사가 함께 실렸다. 결혼식을 수 시간 앞둔 새벽까지 영국 리버풀에서 폭동이 벌어졌고 한 청년이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세기의 결혼식’으로 영국과 세계가 들떠 있었지만, 경제난과 실업률에 항의하는 폭동 소식 또한 겹쳐 들려왔다.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의 ‘세기의 결혼식’ 소식이 실린 동아일보 1981년 7월 30일자 4면.

비극이 예견됐던 걸까. 두 아들 윌리엄과 해리를 낳고 그림 같은 4인 가족으로 지내는 듯했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았다. 아내와 남편은 ‘쇼윈도 부부’였다. 찰스 왕세자는 결혼 전부터 사귀었던 애인 카밀라 파커 볼스의 관계가 정리되지 않았다. 전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결혼생활은 사실상 깨져 있었다. 아내는 공허한 부부관계를 메우고자 육아와 봉사활동에 몰두했지만, 남편은 그런 아내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이애나가 왕실에서의 결혼생활을 폭로한 책 ‘나, 다이애나의 진실’을 펴내면서 부부는 갈라섰다. 1996년 8월 이혼하며 둘은 남남이 됐다.

왕실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던 기쁨과 독립심은 오래 가지 못했다. 이듬해 8월 연인이었던 영화제작자 도디 파예드와 함께 탄 차가 사고가 나면서 다이애나는 세상을 떠났다. 20대 때부터 그를 따라다니던 파파라치들을 따돌리려다가 일어난 사고였다.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20주기를 맞아 최근 방영된 추모 다큐멘터리에서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전화를 걸었을 때 오래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게 큰 아픔으로 남는다”면서 “왕궁 밖의 진짜 삶을 이해했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