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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원전 환경론자’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든 까닭

입력 | 2017-07-29 03:00:00

“온난화 방지에 원전이 효율적”
가이아 이론 창시 英 러브록 등… 해외선 ‘친원전’ 목소리 잇달아
한국, 원전밀집도 세계1위
기후변화만큼 원전위험에 민감… ‘원전 찬성’ 드러내기 쉽지 않아




국내 환경론자들은 대부분 탈(脫)원자력발전(탈원전)을 주장한다. 이들을 대표하는 모임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환경·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모여 2011년 발족한 원전 반대 네트워크다. 그동안 월성·고리 1호기 등 노후 원전 폐로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또 삼척 영덕 등에 신규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등 탈원전 운동을 주도해 왔다.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의 영구 중단을 논의할 공론화위원회 위원을 뽑을 때 탈원전 측을 대표한 것도 바로 이들이다. 국내 최대 규모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과 ‘한국탈핵’을 집필한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가 대표로 있는 탈핵에너지 교수모임 등도 모두 여기 속해 있다.

반면 국내 친(親)원전 성향 환경론자는 극히 일부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이들의 활동은 외부에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와 다르게 해외에서는 친원전 환경론자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가이아 이론(지구를 환경과 생물이 융합된 하나의 유기체로 보는 이론)을 창시한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 등이 대표적이다. 대영제국 훈장을 받기도 한 이 생태주의 석학이 2004년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원자력발전을 대규모로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세계 환경학계는 말 그대로 발칵 뒤집혔다. 러브록은 현재도 원전 건설에 확고한 지지를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시민단체 ‘환경진보(Environmental Progress)’의 마이클 셸런버거 대표도 빼놓을 수 없는 친원전 환경론자다. 그는 로버트 스톤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판도라의 약속(Pandora‘s Promise)’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2013년 개봉한 이 영화는 환경운동가 5명의 ‘변절’을 다뤄 큰 화제를 모았다. 영화에는 ‘골수’ 원전 반대파였던 이들이 친원전주의자로 태도를 바꾸는 과정과 이유가 담겨 있다.

셸런버거 대표는 “풍력·태양광발전소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 뿐 아니라 수급이 일정하지 않아 석탄과 천연가스를 태워야 하는 날이 더 많아질 수 있다”며 안정적 에너지 공급원인 원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5일 한국을 찾은 그는 ‘원전 제로 정책을 재고해 달라’고 요구하는 서한을 우리 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지구 온도가 6도 더 올라가면 모든 생물이 멸종한다는 내용의 책 ‘6도의 악몽’을 집필한 영국 환경운동가 마크 라이너스, “원전은 핵폭탄”이라고 주장하던 미국의 골수 반핵주의자 언론인 귀네스 크레이븐스 씨 등도 원전 지지로 돌아선 대표적 환경운동가다. ‘도둑맞은 세계화’와 ‘CO₂와의 위험한 동거’를 쓴 조지 몬비오 영국 가디언지 칼럼니스트도 친원전 환경주의자로 유명하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기후온난화다. 원전의 온실가스 발생량이 화석연료발전의 발생량보다 현저히 적다는 것.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왜 이런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국내 환경론자들은 우리 현실이 외국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워낙 큰 이슈이다 보니 외국에서는 각자의 생각에 따라 이산화탄소 발생이 적은 원전을 지지하는 환경론자들도 있다”면서 “하지만 한국은 원전 밀집도가 세계 1위에 이를 정도로 조밀하다. 원전에 의한 환경오염 가능성이 기후변화 위험 못지않게 크기 때문에 우리나라 환경론자들은 원전에 찬성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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