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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러시아·이란 패키지 제재’ 美법안 통과에…강경 대응 나선 러시아

입력 | 2017-07-29 07:14:00


미국 상원의회가 27일(현지 시간) 98대 2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북한 러시아 이란 패키지 제재 법안을 통과시키자 러시아도 미국을 대상으로 강한 보복에 나섰다.

러시아 외무부는 28일 성명을 통해 “국제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극단적 공격성을 다시 확인했고, 미국이 오만하게 다른 나라의 입장과 이익을 무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 주재 미국 외교관 추방과 외교 자산 압류 계획도 발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 측에 9월 1일까지 모스크바에 있는 주러시아 미국 대사관과 상트페테르부르크, 예카테린부르크,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미국 총영사관의 외교관과 기술요원 수를 미국에 주재하고 있는 러시아 외교관과 기술요원 숫자(455명)와 똑같이 맞추라고 요청했다. 미국이 러시아에서 활동 중인 외교관과 기술요원 중 정확히 몇 명을 줄여야 하는지는 전해지지 않았지만, 모스크바 외교가에선 수 백 명을 감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 대사관이 사용 중인 모스크바 남쪽 ‘도르즈나야’ 거리에 있는 창고시설과 북서쪽 ‘세레브랸니 보르’ 지역에 있는 별장 사용을 잠정적으로 중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글로벌 언론들은 이번 패키지 법안에 포함된 러시아 제재 법안과 관련해 “공화당 주도 의회의 트럼프 외교정책에 대한 첫 번째 견제”(더 힐), “러시아 선거개입에 대한 의회의 분노”(파이낸셜타임스) 등의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법안이 악화된 미국과 러시아 관계에 타격을 줄 것”이라면서도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러시아의 활동에 대한 양당의 우려가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또 법안이 러시아의 부패, 인권 탄압, 무기 판매 및 에너지 수출 등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대기업을 타깃으로 한 전방위 제재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미 의회가 지난해 미 대선 개입, 우크라이나 침공과 크림 반도 합병,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 지원 등 러시아의 행보를 그냥 바라만 보지 않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보는 것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더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며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찰스 슈머 상원의원(민주당)은 “대통령이 더 강한 조치를 위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헛소리라는 걸 알았다”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민들은 그가 푸틴에 약하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공화당)도 앤서니 스카라무치 백악관 공보국장의 ‘비토’ 발언에 대해 ‘심각한 실수’, ‘막말(off-handed comment)’이라고 비판했다.

뉴욕=박용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