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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北 2차 ICBM급 발사… 김정은 대화 상대 아니다

입력 | 2017-07-31 00:00:00


북한이 28일 오후 11시 41분 자강도 무평리 인근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의 2차 시험 발사를 전격 단행했다. 북은 고각 발사한 이 미사일이 최대고도 3724.9km까지 상승해 998km를 47분 12초간 비행한 뒤 설정된 수역에 정확히 탄착했다고 주장했다. 4일 1차 발사 때보다 고도가 900km 이상 늘어 정상 각도로 쏠 경우 사거리가 1만 km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은 “미 본토 전역이 우리의 사정권 안에 있다는 것이 뚜렷이 입증됐다”고 호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오전 1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해 “금번 미사일 발사는 동북아 안보 구도에 근본적 변화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북이 핵탄두로 미 본토까지 칠 능력을 확보할 경우 동북아 역학구도의 판을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우리 안보가 백척간두로 내몰리는 것은 물론 미국의 아태지역 전략도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된다.

문 대통령이 우리 미사일의 탄두중량을 늘리기 위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협상 개시 등 강력 대응을 지시한 것도 절박한 상황 인식 때문이다. 이날 한미 군 수뇌부는 대북 군사옵션을 처음 논의했고, 양국 군은 동해안에서 연합 미사일 사격훈련을 다시 실시했다. 어제는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국의 장거리 폭격기 B-1B 랜서 2대가 한반도로 출격해 대북 무력시위를 벌였다. ‘4월 위기설’을 넘긴 한반도에 ‘8월 위기설’이 다시 불거지는 엄중한 상황이다.

북은 이번에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과 관련해 “수천 도의 고온조건에서도 전투부의 구조적 안정성이 유지되고 핵탄두 폭발조종장치가 정상 동작하였다는 것을 확증했다”고 주장했다. ICBM의 관건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과연 확보했는지 검증이 필요하나 미 본토가 북의 사정권에 든다면 유사시 미 증원전력의 한반도 전개에 큰 제약이 초래될 수 있다. 한국을 미 본토 수준으로 방어하는 미국의 확장억제 전략의 실행이 어려워지면 한미동맹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 청와대에서 “ICBM으로 판명되면 ‘레드라인의 임계치’에 온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려면 문재인 정부가 대화와 보상으로 북의 핵 포기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기대부터 버려야 한다. 북의 도발 중단을 전제로 핵 동결, 군비통제 등을 거쳐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골자인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은 현 단계에선 비현실적인 정책 목표다. 김정은 체제의 붕괴까지 상정한 고강도 제재와 압박이 아니라면 그가 생각을 바꿀 리 만무하다. 미국과는 500kg으로 묶인 한국의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을 대폭 늘리거나 아예 없애고, 미 전술핵 재배치 등을 포함한 비상한 대응책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원치 않지만 불가피하다면 군사적 해법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함께 웃을 수 있는 해법은 현실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