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와도 대화할 수 없는 언어가 모국어인 사람의 고독―오직 두 사람(김영하·문학동네·2017) 》
누군가의 관심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그들의 관심이 관심을 넘어 간섭이 되어버린 경우다. 특히 부모, 친구, 연인 등 가까운 사람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하면 곤란해진다. 애정과 배려 등으로 포장된 그들의 관심을 향해 “날 좀 내버려두라”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갈등의 원인이 내게서 비롯됐다는 자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다 널 사랑해서 한 말인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라는 원망이라도 듣게 되면 차라리 그들의 간섭에 시달리는 편이 낫다고 느껴진다.
김영하의 단편 소설 ‘오직 두 사람’은 평생 권위적인 아버지의 간섭과 집착 속에서 자란 40대 여성의 이야기다. 애정으로 포장된 아버지의 간섭 덕에 나이 마흔이 넘도록 제대로 된 연애도 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여동생과 어머니가 아버지를 떠나면서 결국 아버지와 단둘이 남게 된다.
뒤늦게 그녀 역시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보려 노력한다. 병든 채 병원에 누워 있는 아버지를 떠나 여동생과 어머니가 있는 미국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녀를 찾아온 것은 마침내 아버지에게서 벗어났다는 해방감보다는 고독함이었다. 평생 아버지의 과잉보호 탓에 제대로 된 연애조차 못해본 그녀에게 아버지의 부재가 가져다준 공허함이 더 컸다. 아버지의 집착 속에서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을 상실한 그녀에게 아버지만이 유일한 세상과의 소통 창구였기 때문이다. ‘아무와도 대화할 수 없는 언어가 모국어인 사람’이 된 것 같은 고독함을 느낀 그녀는 결국 다시 병든 아버지 곁으로 돌아간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