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2차 도발/美본토 절반 사정권]24일만에 사거리 2000km 늘려… 김정은 “美본토 전역 사정권 입증” 7000도 고열 견디는 대기권 재진입… 고각발사로는 기술력 검증 어려워 일각 “마지막 1%만 남았을수도”
○ 美 본토 절반이 ‘핵타격권’
화성-14형은 1, 2차 도발 모두 거의 수직에 가까운 고각(高角)으로 발사됐다. 정상 각도(30∼45도)로 쏠 경우 1차 도발의 최대 사거리는 8000km로 추정됐다. 그로부터 20여 일 만의 2차 도발에선 최대 사거리가 2000km 이상 늘어난 점에 군은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발동기(엔진 추진체)의 개량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짧은 시일에 엔진의 성능을 대폭 향상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견해가 많다. 김승조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1차 발사 때보다 연료를 더 많이 넣어 최대한 멀리 비행하도록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역부족? 방심은 금물
북한이 28일 오후 11시 41분경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미사일이 하늘로 솟구쳐 오르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의 2차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29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TV 캡처
ICBM을 정상 각도로 쏘면 대기권 재진입 때 하강속도는 음속의 20배가 넘는다. 섭씨 6000∼7000도의 고열과 고압, 충격도 발생한다. 핵물질과 기폭장치를 실은 탄두가 극한의 조건을 극복하고, 지상의 표적까지 안착하는 것이 재진입 기술의 핵심이다. 군 관계자는 “ICBM을 고각으로 쏘면 엔진 추력의 상당 부분이 중력을 이기는 데 소모돼 정상 각도 발사 때보다 하강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대기권 재진입 속도가 낮으면 발생하는 열과 압력도 떨어져 재진입체의 기술 검증이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소평가’는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년이 넘도록 핵·미사일 개발에 ‘다걸기(올인)’한 북한의 축적된 기술력을 감안할 때 재진입 기술의 ‘최종 관문’에 이르렀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 소형화를 이미 달성했거나 상당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ICBM의 재진입 기술 완성도 ‘마지막 1%’를 남겨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개발 속도가 한미 군 당국의 예상을 깨고 대폭 단축된 사례가 그 증거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1, 2년 안으로 두세 차례의 추가 발사를 통해 화성-14형의 재진입 기술을 완성하고, 양산 및 실전 배치를 선언하는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