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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급반전… “先환경평가” 하루도 안돼 “발사대 조기배치”

입력 | 2017-07-31 03:00:00

[北 ICBM 2차 도발/정부 긴박한 대응]靑 “北도발 레드라인 임계치”
사드입장 번복엔 “임시배치” 선그어… 야당선 “포대 2, 3개 더 들여와야”
軍, 6차 미사일 쏠때도 ‘평시’ 태세… 논란 일자 “이번에 두단계 상향”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최종 배치 여부는 미국에 공여하기로 한 경북 성주 기지의 전체 부지에 대해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 후 그 결과를 반영해 결정할 것이다.”

국방부는 28일 오전 10시 30분 공식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일반 환경영향평가에 10∼15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국방부 측이 밝혀, 올해 안에 사드의 최종 배치가 무산된다는 요지였다.

그러나 북한이 이날 오후 11시 41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기습 발사하면서 사드 배치 상황이 급변했다. 29일 오전 1시 문재인 대통령은 미사일 발사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며 이미 반입된 사드 발사대 4기의 조기 배치를 전격적으로 지시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이 14시간 반 만에 뒤바뀐 것이다. 5월 31일 국방부의 몰래 반입 문제를 제기했던 청와대가 문제의 발사대 4기를 먼저 배치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 파장이 더 컸다.


○ 한국의 현실 보여주는 ‘발사대 4기’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았다. 문 대통령은 6월 “사드 배치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절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환경영향평가에 1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연내에 사드 배치를 마무리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28일 국방부의 발표는 문 대통령의 이런 지시를 이행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 반대하는 국민들을 설득하면서 그 사이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를 원하는 미국과, 반대하는 중국 사이에 낀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28일 북한의 추가 도발로 문 대통령의 이런 구상은 위기에 봉착했고, 문 대통령은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를 선택했다. 발사대 6기로 구성된 사드 1개 포대의 국내 배치가 현실화된 것이다.

○ 임시 배치의 의미는?

문 대통령이 논란을 무릅쓰고 발사대 4기의 배치를 지시한 배경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그간 북한의 추가 도발이 있을 경우 어떤 대처를 해야 할 것인지 고심해 왔다”며 “그 맥락에서 곧바로 발사대 4기 배치를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준비된 카드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임계치에 다다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그에 따라 커지고 있는 안보 우려를 불식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사드의 최종 배치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정부 방침을 곧바로 뒤집은 것이 그 방증이다. “더 이상 북한의 도발을 지켜보지만은 않겠다”는 공개 메시지다. 청와대는 발사대 4기에 대해 “임시 배치”라며 환경영향평가는 계속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선(先) 배치, 후(後) 결정’ 전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가 시의적절한 것이며, 일반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최종 배치를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요청했다. 반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30일 성명을 내고 “정부는 채 하루도 안 돼 기존 입장을 뒤집고 사드 잔여 발사대 추가 배치를 결정했지만, 이 또한 ‘임시 배치이며 일반 환경영향평가가 끝나는 시점에 사드 배치 결정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모호한 입장을 밝혔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바른정당 소속의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사드의 임시 배치를 넘어 2, 3개 포대의 사드 추가 배치를 미국에 촉구해야 한다”며 성주 사드 배치와 관련한 환경영향평가를 과감하게 생략할 것을 요구했다.

○ 군 경계태세 논란도

야당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가 잇따랐지만 군 경계 태세를 평시 수준으로 계속 유지해온 안이함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이날 한국당 김학용 의원(국회 국방위원회)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 대통령 취임 직후 군은 경계 태세를 ‘평시’로 낮추고, 4일 북한의 여섯 번째 미사일 도발이 발생했을 때도 이를 유지해왔다. 군은 한국당 의원들이 계속 문제를 제기하자 28일 7차 미사일 도발이 발생한 이후 경계 태세를 지난해 북한의 4, 5차 핵실험 수준인 1단계 경계 태세로 두 단계 상향했다고 뒤늦게 김 의원 측에 알려왔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송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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