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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줄어든 지산 밸리록의 딜레마

입력 | 2017-07-31 03:00:00

1박2일 ‘뮤직 앤드 아츠’ 참관기
유명 록밴드 섭외 실패 ‘한산’… 설치미술 가미 정체성 고민




28일부터 사흘간 경기 이천에서 열린 ‘지산 밸리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CJ E&M 제공

록을 내세우자니 관객을 모으기 힘들고, 록을 지우자니 정체성이 사라진다. 28일부터 사흘간 열린 ‘지산 밸리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밸리록)’의 딜레마다. 1박 2일간 체험해 본 밸리록 현장은 예년에 비해 크게 한산했다. 또한 지난해부터 등장한 설치미술작품들은 밸리록에서 ‘록’이 계륵처럼 여겨지는 인상을 풍겼다.

현장에서 만난 음악 팬들은 관객이 줄어든 이유로 ‘라인업’을 꼽았다. 올해 헤드라이너 중 미국의 EDM 프로젝트 그룹인 ‘메이저 레이저’(28일)를 제외한 영국의 가상 밴드 ‘고릴라즈’(30일)와 아이슬란드의 록 밴드 ‘시규어 로스’(시귀르 로스·29일)로는 많은 관객을 모으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설상가상으로 29일에는 서울 난지한강공원에서 ‘Years&Years’가 출연한 ‘홀리데이 랜드 페스티벌’이, 인천에서 EDM 페스티벌 ‘유나이트 위드 투모로우랜드’가 열리면서 일부 관객이 분산됐다.

지난해부터 행사를 주관하는 CJ E&M은 ‘록 페스티벌’ 대신 ‘뮤직 앤드 아츠’를 내세우고 있다. 음악뿐 아니라 패션과 예술작품도 화제가 되는 미국의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처럼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이 주최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록을 벗어나려다 보니 재즈를 테마로 하는 ‘자라섬 페스티벌’, 팝이 주가 되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 비해 정체성이 모호하고 브랜드 파워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얼마나 유명한 아티스트가 오느냐로 매년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EDM을 듣기 위해 지산을 찾은 이모 씨(29·여)는 “지인 중 일부는 둘째 날부터 홀리데이 랜드로 빠졌다”며 “음악 축제가 많아졌지만 콘셉트가 비슷해 자체 브랜드보다 좋아하는 밴드가 오는지 라인업을 보고 갈 곳을 고르게 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뉴질랜드 출신으로 세계적 스타덤에 오른 21세 로드의 한국 첫 공연, 야외에서 별과 달을 보며 듣는 ‘시규어 로스’, 남녀노소 춤을 따라 하며 즐기는 ‘신현희와 김루트’의 무대는 인상 깊었다. 지산 리조트의 병풍처럼 둘러싸인 산과 비구름이 낀 풍경은 ‘록페를 위해 만들어진 천혜의 환경’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실력파 인디 뮤지션에게 공연 기회를 주는 ‘튠업 스테이지’도 꼭 필요한 무대다.
 
이천=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