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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틸 ‘화장실 앞 근무’ 인사 보복 논란 피해자 “너무나 비열하고 잔인했다”

입력 | 2017-07-31 11:09:00

사진=SBS 뉴스 캡처 


철강제조전문업체 ‘휴스틸’이 부당해고 후 복직 판결을 받고 돌아온 직원들을 내쫓기 위해 ‘해고 매뉴얼’을 만들어 퇴직을 압박해왔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과거 사측으로부터 화장실 앞에서 근무하도록 강요를 받았다는 피해자의 인터뷰도 재조명받았다.

휴스틸은 지난 2015년 9월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과장 및 대리급 직원 98명에게 희망퇴직 명목의 사직원 제출을 요구해 87명의 사직원을 받았다. 이 중 10명은 다음달 사직원이 수리돼 일자리를 잃었다.

실직한 10명 직원 중 3명은 “명목상 희망퇴직이었지만, 실제로는 직원들에게 사직원 제출을 강요한 부당 해고였다”고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냈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이 신청을 받아들였다.


중노위가 복직 결정을 내렸음에도 휴스틸은 이들에게 업무를 제대로 맡기지 않은 것은 물론, 회사로 돌아온 3명을 화장실 앞에 배치된 책상에서 근무케 한 것으로 지난해 5월 드러났다. 회사 측은 이들이 고용부에 진정을 넣고서야 화장실 앞 근무를 중단시켰다.

당시 ‘화장실 앞 근무’ 인사 보복 논란 피해 당사자인 A 씨는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정말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다. 회사에서 부당 해고 당할 때 목포에 대불공장 관리팀장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복직하는 날 서울 본사 인사 총무팀 팀원으로 강등 당했다. 인사 총무팀장은 발령장도 없이 구두로만 근무 위치는 14층 화장실 옆이라고 그곳에서 벽을 보고 근무하라고 명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리가 없어서 회사 측이 부득이하게 그같은 조치를 한 게 아니었냐는 질문에 “복직 첫날 직장 동료들에게서 연락이 왔었다. 그 전날 화장실 앞에 자리를 다 갖다 놓고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다더라. 화장실 앞에 근무할 거라고 회사에 소문이 다 났다고 연락이 왔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설마 그럴 일은 없다’라고 마음속으로 되뇌며 회사에 출근했는데 그렇게 비인간적이고 모욕적인 인사를 단행한 회사가 제가 평생을 다녔던 회사였던가 하는 생각에 치를 떨며 잠을 못 이뤘다. 너무나 비열하고 잔인했다고 생각한다”고 울분을 드러냈다.

이어 “회사는 저희가 복직한 것을 정말 못마땅하게 여겼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치심과 치욕감을 주어서 스스로 해직시켜야 한다는 강박증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휴스틸 측은 “화장실 앞에 근무시킨 것은 맞지만, 복직한 이들이 근무수칙 서명을 거부하고 일을 성실하게 하려는 의지가 부족해서 취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어이없는 말이다. 근무 수칙의 내용을 살짝 보면 불평등 계약이다. 전대미문의 불평등 수칙을 저희 세 명한테만 주며 강압적으로 서명하라고 했다”며 “서명을 해야만 출입카드 직원 등록을 해준다고 인사총무팀장이 말했다. 저는 복직한 지 25일이 지난 현재까지 사무실 출입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반박했다.

그는 근무수칙 서명을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회사 측의 해명에 대해 “거짓말이다. 그 이전에 이미 자리는 다 설치를 해놨기 때문”이라며 “그 자리에 CCTV가 있으니까 CCTV 확인해보면 회사가 거짓말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A 씨는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고용노동청에 전화를 했고 다음 날 자리를 옮기게 됐으나, 1.5평 정도 규모의 작은 방에서 전화기와 컴퓨터도 없는 상태로 벽을 바라보고 근무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화장실 앞에 근무할 때도 일할 수 있게 PC와 전화기를 달라고 수차례 얘기를 했으나 인사총무팀장은 그런 거 필요 없다고 단호하게 제 말을 무시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보통 부당해고 판정으로 복직하게 되면 원직 복귀가 원칙이 아니냐’는 질문에 “원래 근무했던 동일한 지역·직급·직책이 맞아 수차례 인사총무팀장에 항의했다”며 “그러나 인사총무팀장은 유사한 직책으로 해도 무관하다는 판례가 있다고 말할 뿐, 그 판례를 보여달라는 요청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휴스틸 측은 “A 씨의 경우 티오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인사총무팀으로 발령했는데, 자신이 맡았던 일이 아니라며 업무를 거부하고 있어서 다소 억울한 입장”이라고 주장했지만, 이후 사측이 이들을 내쫓기 위해 ‘해고 매뉴얼’까지 만들어 퇴직을 압박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비난 여론이 다시 들끓고 있다.

30일 SBS 뉴스에 따르면, 휴스틸은 지난해 5월 부당해고 후 복직 판결을 받고 돌아온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퇴사하도록 관리방안을 마련해 실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휴스틸이 지난해 5월 복직자 관리방안으로 작성한 내부 문건에는 복직자의 이름과 이들의 퇴사를 유도할 방법 등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꼬투리를 잡아 징계하고 해고하거나, 고강도 업무를 맡겨 스스로 그만두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실무자가 만들었다가 파기한 문건일 뿐 공식적인 문건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