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재코 즈위슬랏 호주 출신 법무법인 충정 업무환경개혁 이사
여기서 우리 ‘아이’는 사람이 아니고 고양이다. 어떤 독자에게는 터무니없는 말같이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 나는 이 새로운 어법을 바로 한국 사람들에게서 배웠다.
내가 한국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가 1996년 7월이었다. 그 당시는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요즘보다 훨씬 적었다. 어느 가족에게 애완동물이 있었다면 주로 애완견이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그때는 모든 갯과 동물이 그냥 ‘개’라고 불렸다. 어릴 때만 ‘강아지’를 덧붙였다. 지금은 개와 강아지가 서로 다른 개념이 된 것 같다. 자기 애완견은 그냥 ‘개’라 부르지 않는다. 감정이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 사회는 많이 바뀌었다. 그리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도 증가했다. TV 프로그램에서 좋은 소재로 취급을 받고 광고에도 나오고 고양이를 만날 수 있는 카페까지 생겼다. 1990년대에 남은 찌개와 밥을 먹이로 줬던 반면 요즘은 동물병원에서 다양한 사료, 통조림, 간식을 사서 먹일 수 있다. 5년 전에 옛 동료가 나한테 한국에서 출판된 길고양이(더 이상 ‘도둑고양이’라고 안 부른다!) 사진을 담은 책을 선물로 주었을 무렵 드디어 고양이가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 고양이 검보는 우리와 11년 동안 살았다. 동네 동물병원에서 보고 한눈에 사랑에 빠져 버렸다. 엄마 고양이 다솜이의 막내 새끼 고양이였던 검보는 몸이 약해서 원장 선생님의 특별한 보살핌을 받던 중이었다. 아내가 원래 동물 털에 심한 알레르기가 있기 때문에 일단 주말에 시험 삼아 집에 데려왔다. 아무런 알레르기 반응이 없어서 길한 징조로 보고 검보를 입양했다.
첫날에는 텔레비전 뒤에 숨어 나오기를 꺼렸다. 다음 날 차츰차츰 용기를 내어 기어 나오더니 탁 트인 장소에 앉기 시작했다. 지금은 자기가 마치 우리 집의 주인이 된 듯하다. 제 멋대로 행동하고 음식이나 포옹이 필요할 때면 우리에게 마구 소리를 지른다. 약간 심술쟁이이긴 하지만 우리는 검보를 사랑한다. 인생에 잴 수 없는 즐거움을 가져왔다.
하지만 요즘 건강 상태가 ‘묘’하게 됐다. 가끔 이유 없이 토한다. 그것도 하루에 몇 번씩. 동네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피를 뽑고 X선을 찍고 초음파 검사도 받았다. 다행히 성격이 순해서 검사를 진정제 없이 받았다. 마치 자식인 양 별거 아닌 것까지 자랑스럽게 여기게 된다. 하지만 불행히도 결과는 애매하다. 동네 병원에서는 정확한 원인을 찾을 수 없어 대학 동물병원에 가기를 권했다. 그래서 여름휴가를 취소했다. 후회는 없다. 가족 구성원으로 여기기에 당연히 휴가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한 가지 추천하고 싶다. 앞으로 애완동물을 키우려면 애완동물 숍에서 사는 것보다 동물보호소 또는 동물병원에서 입양했으면 한다. 비록 일부지만 그들의 이기심과 생명을 함부로 여겼던 것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지어도 되지 않을까.
재코 즈위슬랏 호주 출신 법무법인 충정 업무환경개혁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