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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화의 시간은 끝났다”… 안보리 소집 요청도 안해

입력 | 2017-08-01 03:00:00

[北 ICBM 2차 도발, 美-中 움직임]




 미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추가 발사 이후 “대화의 시간은 끝났다”며 중국에 대해 강력한 대북 제재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소집도 요청하지 않는 대신 중국에 “말보다 행동을 보여라”며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중국과 러시아 기업에 대한 동시 제재 카드도 검토하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북한에 대한 압박을 현저히 강화하지 않는 안보리 결의는 북한 독재자에게 ‘국제사회가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낼 뿐”이라며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말했다. 에스토니아를 방문 중인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도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영구히 포기할 때까지 계속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고 재차 강조했다.


“북한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말만 한다”며 중국에 대한 실망감과 무역 제재 가능성을 드러낸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헤일리 대사도 “중국이 중대한 조치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고, 펜스 부통령도 “중국이 북한에 대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국은 중국의 ‘대북 역할론’을 거론하며 무역 제재와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등의 압박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도 가세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오전 8시부터 50여 분간 통화한 뒤 “북한의 도발을 막으려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강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며, 중국에 대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저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할 것을 거듭 요구하기로 했다”고 통화 내용을 전했다.

미국은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제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복수의 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북한과 불법 거래하는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의 러시아 기업과 관계자에 대해 조만간 금융 제재를 발동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또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단둥(丹東)시 소재 기업에 대해서도 금융 제재를 하는 등 중국, 러시아 기업에 대해 동시에 제재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트럼프 정부는 6월 말 중국 단둥시 ‘단둥은행’과 다롄(大連)시 운수회사 등을 제재했다. 같은 달 러시아 무역회사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올 1~5월 러시아의 대북 수출은 4800만 달러로 전년 동기(2400만 달러)의 두 배로 늘어난 것으로 보도됐다.

중국은 무역 보복까지 거론하며 압박하는 미국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중국 첸커밍(錢克明) 상무부 부부장은 이날 국무원 신문판공실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는 미중 무역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과 미중 무역 문제를 연계해 언급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한편 올 2월 중국 상무부가 유엔 대북 제재 결의를 이행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석탄을 수입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 올 3~6월 북한의 대중(對中)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0% 가까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탄은 북한의 대중 수출액의 약 40%를 차지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펴낸 ‘7월 북한경제리뷰’에 따르면 올 3~6월 북한의 대중 수출액은 4억7052만 달러(약 5270억 원)로 지난해 3~6월(7억7620만 달러·약 8693억 원)에 비해 39.5%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북한의 대중 수입액은 올 3~6월 12조6280만 달러(약 1조4143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10억3140만 달러·약 1조1551억 원)보다 22.4% 늘었다. 이에 따라 이 기간 북한의 대중 적자액은 2억5460만 달러(약 2851억 원)에서 7억9228만 달러(약 8873억 원)로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뉴욕=박용 parky@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 세종=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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