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연 시인 작품 낭독회
한국문학번역원 두번째 ‘譯詩 행사’… “세상을 가로지르는 느낌 황홀”
하재연 시인과 제이크 레빈, 양수현, 석혜미 번역가(오른쪽부터)가 시를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의 고충과 매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하재연 시인(42)이 자신의 시 ‘4월 이야기’를 낭송하는 목소리가 지난달 26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로 ‘카페 파스텔’에 울려 퍼졌다. 양수현 번역가(33)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Lovers check out of every hotel in the world/And give a gesture of farewell/As if this really means goodbye….”
양 씨와 석혜미 씨(29), 제이크 레빈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교수(32·미국)가 한 달 동안 함께 번역한 시 9편이 독자들을 만났다. 시인이기도 한 레빈 교수가 영어로 쓴 ‘유토피아에게: 하재연의 시에 부쳐’를 하 시인이 우리말로 번역한 시도 낭송했다.
교차 낭독이 진행되는 한 시간 반 동안 눈을 지그시 감고 듣는 이도 있었다. 회사원 김지형 씨(29)는 “다른 언어로 시를 접하니 렌즈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주우진 씨(30·여)는 “영어로 시를 다시 들으니 신선하다. 시인이 직접 낭독하는 걸 듣는 것도 좋았다”고 말했다.
시 번역은 고도의 세밀함을 요구한다. 석 씨는 “시는 느낌과 이미지, 단어의 소리까지 고려해 번역해야 한다. 하 시인의 작품은 아름다움, 서늘함, 차가움 등의 이미지가 강해 이를 살리기가 쉽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중의적 표현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양 씨는 “‘안녕, 드라큘라’에서 ‘안녕’은 만남과 이별의 의미를 모두 담고 있어 ‘Hello’와 ‘Good-bye’ 중 고민하다 결국 ‘Hello’를 선택했다. 우리말 작품보다 의미가 축소됐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레빈 교수는 “한국어에는 ‘푹신푹신’ 같은 의태어나 의성어가 많아 이를 옮기기가 쉽지 않다. 한 문장에 여러 이야기를 길게 담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아 문장을 나눌 때도 많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