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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인의 잡학사전]완전 금연구역 비행기에 재떨이는 왜 있을까

입력 | 2017-08-01 17:02:00



정말 이상합니다.

한국에서는 대한항공이 1999년 3월 28일을 기점으로 모든 노선에서 ‘금연’ 정책을 실시하면서 비행기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됐습니다. 네, 그 전까지는 비행기에서 담배를 피웠죠.

네덜란드 항공사 KLM 홈페이지



전 세계적으로 기내 금연 정책을 실시한 건 20년도 안 된 일입니다. 사실상 ‘글로벌 스탠더드’ 역할을 하는 미국 연방항공국(FAA)은 2000년부터 기내 흡연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러시아도 2001년 7월 1일자로 같은 정책을 채택했죠.

그런데 요즘 비행기 화장실에는 여전히 재떨이가 달려 있습니다. 끽연가 중에는 ‘잘 참고 있었는데 재떨이를 보니 괜히 한 대 피우고 싶더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 도대체 왜 금연구역인 비행기에 아직도 재떨이가 달려 있는 걸까요?



정답은 ‘담배를 피울 때 재를 떨고 꽁초를 버리라고’입니다.

사람들이 보통 재떨이를 쓰는 이유하고 똑같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누군가는 피웁니다. 그래서 담배를 피웠을 때 바닥에 담뱃재 흘리지 말고 꽁초도 아무 데나 버리지 말라고 재떨이가 있는 겁니다.

가수 김장훈 씨가 기내 흡연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사과문



꽁초를 아무렇게나 버렸다가는 불이 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1973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프랑스 파리로 날아오던 비행기 안에서 담배를 피운 승객이 불이 덜 꺼진 담배꽁초를 쓰레기통에 버렸다가 불이 나 123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했죠. 기내에 연기가 가득 찬 상태에서 기장이 비상착륙을 시도했지만 안타까운 결과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담배꽁초가 부른 참사. 동아일보DB



이런 이유로 FAA는 비행기 화장실에 의무적으로 재떨이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2005년 첫 비행을 시작한 에어버스 A380 같은 최신 기종에도 재떨이가 달려 있는 이유입니다. 기내 흡연이 가능하던 때에 만든 오래 된 비행기라 재떨이가 달려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죠.

FAA 규정



FAA는 재떨이가 고장 난 경우에는 10일 이내에 수리를 마치도록 규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기내에 있는 재떨이가 절반 이상 고장 났다면 3일 안에 수리를 마쳐야 합니다. 2009년에는 영국 브리티시 에어웨이 항공사에서 기종에 맞는 재떨이를 구하지 못해 이륙이 지연된 일도 있었죠.

그러니까 비행기 안에서 담배가 너무 피우고 싶다면 꽁초는 꼭 재떨이에 버리고 벌금을 물면 됩니다. 한국에서는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내에서 담배를 피우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전자담배를 피워도 일반 담배와 똑같이 처벌받는다. 유튜브 캡처



당연히 모두가 전 세계적인 기내 금연 정책에 동의하는 건 아닙니다. 알렉산더르 쇼프만이라는 독일 사업가는 2004년 기내 흡연이 가능한 ‘스민트에어(Smoker’s International Airlines)‘ 설립을 추진했습니다. 그는 보잉 747 두 대를 사들여 독일 뒤셀도르프와 일본 도쿄(東京)를 오가는 노선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자금 조달 문제로 막판에 사업을 접고 말았습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