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상합니다.
한국에서는 대한항공이 1999년 3월 28일을 기점으로 모든 노선에서 ‘금연’ 정책을 실시하면서 비행기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됐습니다. 네, 그 전까지는 비행기에서 담배를 피웠죠.
네덜란드 항공사 KLM 홈페이지
그런데 요즘 비행기 화장실에는 여전히 재떨이가 달려 있습니다. 끽연가 중에는 ‘잘 참고 있었는데 재떨이를 보니 괜히 한 대 피우고 싶더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 도대체 왜 금연구역인 비행기에 아직도 재떨이가 달려 있는 걸까요?
정답은 ‘담배를 피울 때 재를 떨고 꽁초를 버리라고’입니다.
사람들이 보통 재떨이를 쓰는 이유하고 똑같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누군가는 피웁니다. 그래서 담배를 피웠을 때 바닥에 담뱃재 흘리지 말고 꽁초도 아무 데나 버리지 말라고 재떨이가 있는 겁니다.
가수 김장훈 씨가 기내 흡연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사과문
꽁초를 아무렇게나 버렸다가는 불이 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1973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프랑스 파리로 날아오던 비행기 안에서 담배를 피운 승객이 불이 덜 꺼진 담배꽁초를 쓰레기통에 버렸다가 불이 나 123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했죠. 기내에 연기가 가득 찬 상태에서 기장이 비상착륙을 시도했지만 안타까운 결과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담배꽁초가 부른 참사. 동아일보DB
이런 이유로 FAA는 비행기 화장실에 의무적으로 재떨이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2005년 첫 비행을 시작한 에어버스 A380 같은 최신 기종에도 재떨이가 달려 있는 이유입니다. 기내 흡연이 가능하던 때에 만든 오래 된 비행기라 재떨이가 달려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죠.
FAA 규정
그러니까 비행기 안에서 담배가 너무 피우고 싶다면 꽁초는 꼭 재떨이에 버리고 벌금을 물면 됩니다. 한국에서는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내에서 담배를 피우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전자담배를 피워도 일반 담배와 똑같이 처벌받는다. 유튜브 캡처
당연히 모두가 전 세계적인 기내 금연 정책에 동의하는 건 아닙니다. 알렉산더르 쇼프만이라는 독일 사업가는 2004년 기내 흡연이 가능한 ‘스민트에어(Smoker’s International Airlines)‘ 설립을 추진했습니다. 그는 보잉 747 두 대를 사들여 독일 뒤셀도르프와 일본 도쿄(東京)를 오가는 노선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자금 조달 문제로 막판에 사업을 접고 말았습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