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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도 벤처처럼… “일자리 6년간 116만개 창출 가능”

입력 | 2017-08-02 03:00:00

[벤처농부 100만 시대 열자]<1> 일자리의 보물창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결합해 농업을 미래 산업으로 일구는 ‘벤처농부’가 주목받고 있다. 벤처농부 100만 명을 육성한다면 국내 농업의 체질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것은 물론이고 농업이 미래 성장 동력이자 일자리 창출의 보고(寶庫)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후방 산업까지 더하면 2023년까지 116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는 분석도 있다. 농촌 현장을 바꿔가고 있는 벤처농부들을 만나 ‘벤처농부 100만 시대’의 가능성을 짚어봤다.

○ 30대도, 60대도 나이 잊은 벤처농부

농업의 미래 저절로 웃음이…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결합해 농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일구는 ‘벤처농부’들이 늘고 있다. 충남 당진시 순성면에서 매실, 쌀 등 특산물로 매실한과를 만드는 백석올미영농조합의 김금순 대표(위쪽 사진 오른쪽)와 스스로를 ‘농촌 큐레이터’로 부르며 지역 농가의 판로 개척을 돕는 이정원 쉼표영농조합 대표. 당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쉼표영농조합 제공

‘왕매실마을’로 알려진 충남 당진시 순성면에는 마을을 가로질러 흐르는 천을 따라 매실나무 10만여 그루가 자란다. 백석올미영농조합의 김금순 대표(66·여)는 은퇴한 남편과 함께 2008년 이곳으로 귀농했다. 한과를 만드는 주민이 유난히 많은 마을이었다. 부녀회장을 맡은 김 대표는 매실을 한과에 넣어 보자는 한 부녀회원의 제안에 솔깃했다.

2011년 부녀회원 33명이 200만 원씩 모아 영농조합을 만들고 230m² 규모의 한과공장을 세웠다. 집집마다 달랐던 한과 제조법을 통일하려고 8개월간 매주 경기 포천시의 한과박물관도 찾았다.

2012년 첫해 1억 원이던 매출은 3년 만에 3억 원으로 불었다. 소비자가 한과와 고추장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체험장까지 갖추자 매출은 지난해 7억 원을 넘어섰다. 현재 100가구 남짓한 마을에서 58명이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대표는 “조합원의 절반가량이 75세 이상”이라며 “이들에게 어엿한 일자리를 제공한 게 우리 조합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경북 상주시 공검면 양정리에서 쉼표영농조합을 운영하는 이정원 대표(32·여)는 스스로를 ‘농촌 큐레이터’라고 소개한다. 새로운 농산물을 기획하고 홍보하는 일을 한다는 뜻에서다.

서울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던 그는 건강이 나빠지자 2년 전 고향으로 돌아왔다. 약 3300m²의 휴경지를 빌려 단호박 농사를 시작했고 마을 주민들과 “위기에 처한 농업을 바꿔보자”는 뜻을 모아 영농조합법인을 세웠다. 현재 이 조합은 상주, 문경 일대 농가에서 재배한 농산물의 판로 개척을 돕고 있다.

이 대표는 ‘미녀농부’라는 브랜드와 캐릭터를 만들어 지난해 7월 쇼핑몰도 열었다. 1, 2인 가구를 겨냥해 소규모로 포장하고 각 농산물에 농가가 그 작물을 재배하게 된 스토리를 담았다. 매출은 지난해 하반기(7∼12월) 1억2000만 원에서 올해는 1분기(1∼3월)에만 1억5000만 원으로 늘어났다. 이 대표는 “처음엔 ‘뭘 믿고 맡기느냐’며 거절했던 농가들이 지금은 먼저 찾아온다”고 말했다.

○ 농업 일자리 창출 능력, 전체 산업 평균의 2배

취재팀이 만난 벤처농부들은 “농업의 미래는 밝다”고 입을 모았다. ‘스마트팜’으로 버섯을 기르는 김민수 청량버섯농원 대표(39)는 “농업은 블루오션이다. 내가 어떻게 길을 개척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꿈을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원 대표는 “조금만 확대된 눈으로 바라보면 농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다”고 강조했다.

본보가 4∼7월 한국농수산대학 졸업생 34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51.9%가 진로 선택 이유로 “농수산업이 유망해서”라고 대답했다. 청년농부의 이미지를 묻는 질문엔 58.9%가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업 전후방 산업을 모두 합하면 2023년까지 115만9000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농산업은 매출 10억 원당 12.4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져 전체 산업 평균 일자리 창출 능력(6.4개)의 거의 2배다.

2014년 752곳이던 국내 창농(創農) 기업도 지난해 1785곳으로 늘었다. 이 중 59%가 농업 생산, 가공, 유통에 관광·서비스업을 결합한 고부가가치의 ‘6차 산업’을 한다.

임창덕 농협 미래농업지원센터 부원장은 “농업 분야의 일자리 질이 아직까지는 낮은 편”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네덜란드 푸드밸리처럼 농업 관련 전후방 산업을 집중 육성시키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채상헌 연암대 교수는 “벤처농업 성공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과감히 풀어 젊은 농부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진=최혜령 herstory@donga.com / 정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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