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고고학협회 설립 추진 나선 ‘고구려 고고학자’ 최종택 高大교수
최종택 고려대 교수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의 ‘강서대묘 현무도’ 앞에서 남북 고고학 교류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최종택 고려대 교수(53·고고학)는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자국(自國) 내 고구려, 발해 유적을 당나라식으로 복원한 사례들이 있다”며 “북한 유적에 대해서도 중국 문화의 역할을 실제보다 강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 문화 교류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한국고고학회는 ‘남북고고학협회’ 설립 추진을 최근 결정했다. 고구려 아차산 보루를 발굴한 중견학자로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한 경험이 있는 최 교수는 협회 설립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남측을 대신해 중국이 북한과 공동 발굴을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중국 연변대가 북한 사회과학원 고고학연구소와 2010∼2011년 평양 남사리 낙랑 벽돌무덤을 공동 발굴한 데 이어 2013년 평양 삼석구역 내 호남리 고구려 무덤을 함께 조사했다. 지난해에는 양측이 황해도 봉산군 천덕리에 있는 고구려 벽화무덤을 공동 발굴했다. 중국 한 무제가 설치한 낙랑군은 한반도에 없었다고 주장하는 북한이 평양 낙랑 무덤을 중국과 공동 발굴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향후 북한이 경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과정에서 고고 유적이 파괴될 위험이 크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건물이나 도로, 다리 등을 짓기 전 유적 잔존 여부를 파악하고 보존 조치를 취하는 이른바 ‘구제 발굴’이 필요한데 남한 고고학계에서 이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0년대 평양성 외곽 지역에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1000여 기에 달하는 낙랑 무덤이 한꺼번에 발견된 적이 있다. 최 교수는 “북한은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발굴 인원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발굴 기관이 김일성종합대 고고학강좌와 사회과학원 고고학연구소, 조선중앙역사박물관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북한 고고 자료에 대한 연구 없이 한국 고고학이 제대로 성립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북한 지역은 선사시대부터 문물 교류의 핵심 통로였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북한 고고학 자료는 거의 공백에 가깝다”며 “물질자료를 반드시 연구해야 하는 고고학으로선 치명타”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남북 고고학 교류의 첫 번째 대상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고구려 벽화고분을 꼽았다. 그는 “평양과 남포, 황해도 일원에 아직 발굴되지 않은 고구려 벽화고분이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