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농부 100만 시대 열자]<2> ICT 적용 첨단농업 ‘스마트팜’
“출하할 때가 다 된 느타리버섯을 먼저 보여드릴게요.”
지난달 말 강원 홍천군 서석면의 청량버섯농원. 거대한 냉장창고 같은 버섯 재배시설 앞에서 김민수 대표(39)가 이렇게 말한 뒤 스마트폰을 꺼냈다. 앱을 켜자 화면에 재배실 40개의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CO₂)량, 조도 등이 나타났다. 폐쇄회로(CC)TV 영상으로 내부를 살펴보던 그는 “이쪽에 있는 버섯이 많이 자랐다”며 한 재배실로 기자를 이끌었다. 땀 흘리며 40개의 재배실(총 1455m² 크기)을 일일이 돌아다닐 필요 없이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게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정보통신기술(ICT)로 무장한 ‘벤처농부’들이 농업을 첨단산업으로 바꾸고 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이용해 작물의 생산과 관리를 처리하는 스마트팜이 대표적이다. 취재팀이 만난 벤처농부들은 “ICT를 적용한 스마트팜은 미리 만나보는 ‘농업의 미래’”라고 입을 모았다.
“이산화탄소량도 체크돼요” 강원 홍천군 서석면의 청량버섯농원에서 김민수 대표가 스마트기기를 활용해 버섯 재배실을 점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스마트기기를 이용해 재배실 40개의 버섯 생육환경을 편리하게 관리한다. 홍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버섯 재배는 대부분 시설 자동화가 이뤄졌지만 온도와 습도 조절 등은 직접 농장에서 일일이 챙겨야 한다.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을 찾던 김 대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5월 스마트팜을 도입했다.
이후 김 대표는 스마트폰으로 농장을 점검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는 “이제 농장에 가서 직접 보는 것과 똑같이 버섯 재배 상태를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집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고 자랑했다.
김 대표는 해외 경영학석사(MBA)를 꿈꾸던 경영학도 출신. 아버지의 버섯농사가 어려워지자 부모를 돕기 위해 군 제대 후 연세대 원주캠퍼스 생물자원공학부로 편입했다. 8년 전 농장을 물려받은 뒤 하루 버섯 생산량 5t, 연매출 33억 원(지난해 기준) 규모로 키워냈다. 그가 키운 버섯은 롯데마트, 킴스클럽 등 대기업 계열 마트에 납품된다.
그는 지난해부터 ‘스마트팜 전도사’로 변신했다. 그의 농장이 스마트팜 우수 사례로 꼽히면서 한국농수산대, 강원도농업기술원 등에 초청강연을 다닌다. 예비 귀농인들이 그의 농장으로 현장 견학도 온다. 지난해 11월에는 농식품부 산하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에서 ‘미래농업스타상’을 받았다.
지난달 26일 찾아간 임실의 1만2562m² 규모 온실에선 20개의 센서가 온도, 습도, CO₂, 광량, 풍력 등을 측정했다. 내부 온도가 35도 이상이거나 습도가 70%를 넘으면, 그런 조건에 맞춰 자동으로 유리천장이 열리거나 환풍시설이 가동된다.
이 대표는 아버지의 권유로 공무원의 꿈을 접고 한국농수산대를 졸업했다. 학교에서 배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고 싶어 스마트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덕분에 지금은 배양액 공급을 제외하면 온실에 나갈 일이 거의 없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원격제어가 가능해 순창의 온실은 2주에 한 번만 들러도 될 정도다. 그는 “저녁에 아내와 시내에 나가 영화도 보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며 웃었다. 자동화로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어 딸기와 장미 수확량도 30% 가까이 늘었다.
○ 노동시간 줄고 생산량 늘고
“35도 넘으면 자동으로 천장 열려” 이홍민 섬강원예 대표(오른쪽)는 아버지와 함께 운영하는 전북 임실군의 유리온실에 스마트 시스템을 설치해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량 등을 관리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굳이 온실을 찾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임실=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스마트팜은 노동력을 적게 들이면서도 농산물의 품질을 높이고 수확량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농식품부가 서울대에 의뢰한 ‘2016 스마트팜 성과 분석’에 따르면 스마트온실을 도입한 농가 55곳은 시설 설치 후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평균 27.9% 늘었다. 스마트온실 도입 농가와 법인 59곳의 고용노동비는 평균 15.9% 줄었다. 특히 농장주의 연간 노동시간이 평균 44시간(15.8%) 감소했다.
스마트팜은 특히 농사 노하우가 부족한 초보 농사꾼에게 유용하다. 김민수 대표는 “귀농한 사람들이 스마트팜에 더 관심이 많다. 정확한 데이터로 생육환경을 맞추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기원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는 “기술력과 농업이 결합하면 ICT에 익숙한 젊은층도 끌어들일 수 있다. 이처럼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일자리 창출의 주요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홍천·임실=주애진 jaj@donga.com / 손가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