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진 산업부 기자
이런 노조의 움직임은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자동차산업 변화와 무관치 않다. 미국의 GM 본사는 오랫동안 적자를 낸 독일 오펠과 오펠의 자회사 영국 복스홀 사업부문을 22억 유로(약 3조 원)에 프랑스 푸조에 매각한다고 올 3월 발표했다. 이미 2013년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시킨 만큼 이번 오펠 매각으로 GM은 유럽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미국 ‘빅3’ 중 하나인 포드 역시 지난해 일본 시장에서 전면 철수했다. 1920년대 중반 일본에 진출한 후 90여 년 만에 보따리를 싸고 나왔다.
이들 자동차업체가 사업을 접는 것은 아니다. GM은 자율주행기술을 보유한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인수했다. 자동차 공유 서비스업체인 리프트에는 5억 달러(약 5600억 원)를 투자했다. 포드 역시 ‘스마트 모빌리티’를 내걸며 사업의 질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다른 사람과 자동차를 바꿔 타는 ‘카 스와프’와 차량공유 서비스인 우버와 비슷한 ‘주문형 자동차 서비스’ 등이 포드가 생각하는 미래 자동차산업이다. 일본 도요타도 구글과 함께 투자한 벤처캐피털을 통해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업계가 이런 거센 변화에 맞서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과 통상임금 소송,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 등으로 본업 챙길 시간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한국이 갖가지 사안에 신경을 쏟고 있을 때 미국 정부는 GM에 구제금융을 지원하고 결과적으로 10조 원을 손해 봤다. 10조 원을 날리고 GM을 살려낸 것이다.
올해 10월 KDB산업은행의 매각 거부권이 사라지면 한국GM의 철수설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위기론에 불을 붙일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개정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GM 본사의 목소리를 어떤 식으로 반영할지도 우려스럽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고용인원은 약 30만 명이다. 국내 자동차업계와 정부가 힘을 모아 이 일자리를 지켜내는 것이 일자리 창출의 핵심 정책이 돼야 할지 모른다.
정세진 산업부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