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면세자 비율 축소 안해… 경유세 인상은 중장기 과제로
정부는 이번 증세(增稅)가 고소득자의 세금을 올려 서민을 지원하는 소득 재분배 정책이라고 밝히며 납세자들의 조세 저항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증세 대상이 한정되다 보니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마련해야 할 178조 원의 조달에는 한계가 있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도 소득세 면세(免稅)자 비율(2015년 기준 46.5%) 축소는 세법 개정안에 담지 않아 반쪽짜리 세제 개편이라는 평가도 있다.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에 따라 세금이 연 5조5000억 원 더 걷힐 것으로 추산했다. 서민,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로 줄어드는 세수(8200억 원)까지 감안한 수치다. 앞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비과세·감면 정비와 과세 기반 확대 등으로 국세 수입을 연평균 15조5000억 원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번 부자증세로 세금을 더 걷어도 정부 목표치의 3분의 1에 불과한 규모다.
이 때문에 정부가 증세 대상을 넓히는 정공법을 택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올 6월 발표에서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중을 10%포인트 줄이면 추가로 1조2000억 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점을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대신 논의를 뒤로 미뤘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상위 10%와 하위 10%가 내는 세금을 비교했을 때 영국은 44배, 한국은 750배 차이가 난다. 그런데 소득 재분배 효과는 영국이 더 크다”면서 “중요한 이유가 영국은 국민의 90%가 세금을 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경유세 인상도 이번 세법 개정안에 담지 않고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기로 했다. 경유세를 올려도 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는 작다는 게 겉으로 내세우는 이유지만 경유세 인상에 따른 국민적 반발을 피하려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종교인 과세 역시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종교인 과세는 유예기간이 끝나 내년 1월부터 시행돼야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종교인 과세는 할 준비는 갖춰져 있는데, (시행) 여부와 만약에 하더라도 어떤 식으로 할지는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치적인 이유에 따라 종교인 과세의 시행 시기가 또다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박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