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2일 수요일 흐림. 독사. #257 Linkin Park ‘Somewhere I Belong’ (2003년)
체스터 베닝턴(왼쪽)과 미국 밴드 린킨 파크 멤버들.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2000년, D시의 조그만 음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였다. 매일 아침 유통사에서 가게로 가져오는 신보 상자 안에서 ‘Hybrid Theory’라는 앨범을 꺼내들었다. 잡종 이론. 첫 트랙 ‘Papercut’이 재생되는 3분 5초 동안 난 새로운 팀과 사랑에 빠졌음을 확신했다.
“야, 린킨 파크 들어봤어?”
킥 드럼과 함께 비산하는 면도날 같은 전기기타의 굉음, DJ의 스크래치와 중독적인 전자음들, 무감하게 툭툭 끊어 뱉는 랩과 그에 대비되는 감성적 멜로디, 그리고 절규…. 메탈리카, 제이지, 너바나를 이종 교배한 듯했다. 보컬 체스터 베닝턴의 유약한 이미지나 때로 너무 감성적인 보컬, 지나치게 정제된 사운드 때문에 이들은 ‘기타 든 엔싱크’로 폄훼되기도 했지만 뭐, 상관없었다.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숨을 거둔 베닝턴을 기억한다. 1000만 장 이상 팔린 데뷔작 ‘Hybrid Theory’의 성공에 부담을 느낀 베닝턴과 멤버들은 소퍼모어 징크스를 깨뜨리기 위해 2집 ‘Meteora’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1집 곡들을 부르며 다니던 투어의 버스 안에서도 이들은 2집 타이틀곡 ‘Somewhere I Belong’의 네 마디짜리 후렴구만 수백 번 수정하며 완벽을 기했다. ‘치유되고 싶어. 어딘가 내게 어울리는 곳이 있다고 느끼고 싶어.’ ‘Somewhere…’가 그들 최대의 명곡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마약 중독 후유증과 공허함 속에 SOS를 외치는 베닝턴의 절규가 다시 한번 그의 부재를 실감하게 한다.
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