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컴퓨터 게임으로 골프를 배우다>
출처=픽사베이
필자는 1991년 8월부터 2년 간 미국 뉴욕대 스턴 MBA 스쿨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고 1998년 12월부터 2003년 3월까지 제일기획 미주법인에서 브랜드전략 담당으로 일했다. 약 7년 간 미국에 살았으니 골프를 칠 기회는 제법 많았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골프를 한 적이 없다. 딱히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거나 골프에 나쁜 감정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냥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 수없이 골프를 칠 뻔 한 위기(?)가 있었지만 용케(?)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넘겼다.
하지만 워낙 주변에 골프를 좋아하고 잘 치는 사람들이 많아 귀동냥으로 주워들은 골프 얘기가 제법 된다. ‘골프치지 않는 자의 골프 이야기’를 쓰고 싶은 이유다.
주재원으로 일하기 직전인 1997년 12월부터 1998년 6월까지 뉴욕에 7개월 간 장기 출장을 갔다. 일종의 사전 연수였다. 당시 뉴욕 인근 뉴저지 주의 조그마한 호텔에 투숙하며 제일기획 미주법인으로 출퇴근했다.
출처=픽사베이
그 선배는 “땅이 꽁꽁 얼어 스케이트장 위에서 골프를 치는 것 같았다”고 투덜거리면서도 매주 왕복 4시간 차를 몰아 애틀랜틱시티의 골프장에 갔다. 추위를 많이 타는 필자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나고 보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말에 골프장에 가는 것은 미국 교포나 주재원들의 평범한 일상이었다. 필자와 같은 한국인 주재원, 특히 삼성을 포함한 다른 한국 대기업의 주재원을 고객으로 상대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골프를 치지 않으면 비즈니스 파트너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골프장에서 같이 운동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대화에 낄 수준은 되어야 한다”는 결심이 섰다. 이에 필자가 택한 방법이 바로 컴퓨터 골프 게임 ‘PGA 투어 골프’였다. 이 게임으로 드라이버, 우드, 아이언, 퍼터와 같은 골프채 명칭, 각 채의 활용도, 훅·슬라이스·멀리건·컨시드와 같은 골프 용어들을 배웠다.
PGA 투어 골프 게임 화면 캡처
PGA 투어 골프 게임 화면 캡처
골프, 부동산, 술…. 혹자가 알려준 대한민국 50대 남성에게 가장 중요한 3가지다. 트렌드를 읽어가며 마케팅을 해야 하는 필자로선 앞으로도 골프를 계속 눈여겨봐야 하는 신세다. 비록 앞으로도 골프채를 직접 잡을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간접 경험한 다양한 골프 이야기를 계속 들려드리겠다.
박재항 하바스코리아 전략부문 대표 parkjaehang@gmail.com
:: 필자는?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장, 이노션 마케팅본부장,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미래연구실장, 기아차 마케팅전략실장 등을 역임한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현재 프랑스계 다국적 마케팅기업 하바스코리아의 전략부문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저서로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 ‘브랜드마인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