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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쇼핑몰 영업규제’ 애꿎은 피해자 우려

입력 | 2017-08-07 03:00:00

전국 지자체 등록 32곳 전수조사




정부가 복합쇼핑몰 규제에 나섰지만 실제 복합쇼핑몰에 등록된 점포는 제각각이다. 인접한 아웃렛이지만 롯데 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위쪽)은 복합쇼핑몰로,  신세계 프리미엄아울렛(아래쪽)은 전문점으로 등록돼 있다. 각 업체 제공

서울 성동구에 있는 ‘파크에비뉴 엔터식스 한양대점’. 주상복합 건물 지하 2층부터 지상 3층까지 패션상점, 레스토랑이 한곳에 모여 있는 복합쇼핑몰이다. 이 쇼핑몰의 영업면적은 현행법상 대규모 점포인 3000m²(약 910평)를 훌쩍 넘는 2만830m²(약 6310평) 규모다. 최근 정치권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초대규모 점포(1만 m² 이상) 기준에 부합한다. 엔터식스 측은 “주상복합 건물에 들어가서 복합쇼핑몰로 등록했을 뿐 대기업 쇼핑몰에 비하면 아주 작은 규모다. 정부는 대기업만 규제하겠다고 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 중소·중견업체들까지 노심초사

정부는 동반성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목적으로 내년 1월부터 ‘복합쇼핑몰 월 2회 영업제한’을 추진 중이다. 6일 동아일보가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각 지자체에 등록된 복합쇼핑몰은 총 32곳이었다. 이 중 정부가 ‘타깃’으로 삼은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대기업이 만든 쇼핑몰은 14곳으로 절반도 안 된다. 나머지 18곳은 파크에비뉴 엔터식스를 포함해 서울 관악구 포도몰, 부산 사하구 아트몰링, 전북 전주시 노벨리나 등 규모가 훨씬 작은 쇼핑몰들이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검토 중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아직 최종 규제대상이 확정되지 않았다. 30여 개 점포 중 몇몇은 검토과정에서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중견 복합쇼핑몰 운영업체들은 ‘설마’ 하면서도 ‘혹시’ 규제대상에 포함될까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지자체들은 정부의 규제 강화 요구가 거세 모든 복합쇼핑몰에 대해 일괄적으로 영업제한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자체 관계자는 “전통시장이 없던 두 지역에 복합쇼핑몰이 들어선 뒤 오히려 상권이 형성됐다. 그래도 정부가 규제하겠다는데 지자체가 예외로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정부가 제대로 된 실태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법 개정부터 언급하고 나서면서 시장 혼란만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현행법상 대규모 점포는 6가지다. 개설 시 대형마트, 백화점, 쇼핑센터, 복합쇼핑몰, 전문점, 기타 중 한 가지로 지자체에 등록해야 한다. 2012년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시행됐을 때 대형마트로 등록된 점포가 우선규제대상이 됐다. 이마트 용산점 등 쇼핑몰에 입점한 대형마트는 ‘쇼핑센터’로 등록돼 규제를 피했다. 형평성 논란이 일자 2014년 서울시가 추가로 조례를 만들어 의무휴업대상에 포함시켰다.

문제는 복합쇼핑몰, 쇼핑센터, 전문점은 서로 융합되는 추세라 구분이 더 어렵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복합쇼핑몰이 조금 더 첨단의 이미지가 있다며 한때 많은 중견 쇼핑몰이 복합쇼핑몰로 등록했다”고 했다.

경기 파주시에 있는 롯데와 신세계 아웃렛도 운명이 갈린다. 롯데는 복합쇼핑몰로, 신세계는 전문점으로 등록했기 때문이다. 복합쇼핑몰 규제에 나설 경우 롯데 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은 한 달에 두 번을 쉬어야 하지만 신세계사이먼 파주 프리미엄아울렛은 영업제한을 받지 않는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복합쇼핑몰로 등록하는 바람에 규제대상에 포함될 처지에 놓였다. 정부는 “향후 공청회를 거쳐 기준을 마련해 명확히 정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내년 1월에 시행한다면서 아직 기준조차 명확히 정리가 안 됐다는 얘기다.

○ 쇼핑몰 실태 모르면서 규제 발표부터

애초 복합쇼핑몰 규제 논란을 촉발한 것은 대기업 아웃렛이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그룹이 전국 각지에 아웃렛 건립 계획을 발표하자 2014년부터 지역 중소 상인들의 반발이 시작됐다. 경기 광명시 이케아, 롯데몰 서울 상암점 건립을 둘러싼 지역 갈등은 정치 이슈로까지 확대됐다.

유통업체의 한 임원은 “처음엔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지자체가 아웃렛이나 대형쇼핑몰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곳곳에서 갈등이 심해지니 갑자기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연결돼 선거전의 이슈로 변질돼 버렸다”고 했다.

서울 금천구 아웃렛 단지에는 마리오아울렛, 현대시티아울렛, W몰, 롯데 팩토리아울렛 등이 몰려 있다. 대기업 계열만 골라내면 현대와 롯데가, 면적을 기준으로 잡으면 마리오아울렛이 규제대상이 된다. 모조리 영업을 제한하면 지역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법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홍성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복합쇼핑몰은 업태가 복잡해 그 정의를 두고 법적 논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세계적으로 소비자 권리를 외면하고 일부 유통업태만 골라 규제하는 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복합쇼핑몰에 입주한 소상공인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LF스퀘어 광양점 관계자는 “대기업이 ‘건물주’지만 현재 입점한 300여 개 브랜드의 80%는 소상공인이다. 건물 밖 소상공인을 보호하자고 건물 안 소상공인에게 장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 복합쇼핑몰 ::

대규모 점포(영업면적 3000㎡ 이상) 중 오락, 업무 기능 등이 한곳에 집적된 문화 관광 시설로 1개 업체가 개발 관리 운영하는 점포를 말한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 하남점을 복합쇼핑몰로, 롯데그룹은 롯데월드몰을 쇼핑센터로 등록해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다.
 
세종=이건혁 gun@donga.com / 김현수 / 강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