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5일(현지 시간) MSNBC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을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을 위협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전쟁, 예방전쟁(preventive war)을 말하는 것이라면 그렇다”고 답했다. 선제타격을 묻는 질문에 ‘예방전쟁’ 단어를 꺼낸 것이 의미심장하다.
선제타격은 적 공격이 임박했다고 느낄 경우 적의 공격 시설을 먼저 타격하는 것으로 국제법상 허용되지만 공격 징후가 없더라도 먼저 공격하는 예방전쟁은 허용되지 않는다. 2003년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MD)를 완성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며 미국이 공격에 나선 것이 예방전쟁에 해당된다.
백악관에서 처음 ‘예방전쟁’ 발언이 나왔다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쟁 의지가 단순한 허풍이 아님을 시사한다. 예방전쟁은 핵미사일 기지는 물론 해공군 잠수함기지 등 육해공 주요 군사력과 전쟁지휘부까지 제거해 북의 전쟁 능력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이제까지 나온 북핵 대응 옵션 중 가장 적극적이고 파괴적인 개념이다. 미국이 어떤 군사적 예방전쟁을 하더라도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동의를 얻어야 할 것이다. ‘이라크 트라우마’까지 있는 미 의회에서 비준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하지만 미국 안보수뇌부 사이에서 이런 얘기가 공개적으로 나왔다는 것 자체가 예사롭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가 중임에도 “맥매스터 보좌관이 일을 잘하고 있다”며 이례적 신임 성명까지 냈다.
이 점에서 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미가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을 조기에 시작하기로 합의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사거리 800km 탄도미사일에 실을 수 있는 탄두 최대 중량을 현재 2배인 1t까지 늘리게 될 경우 강한 군사적 압박이 된다. 이런 공조 체제는 한반도 주변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요즘 더욱 긴요하다. 휴가에서 복귀한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한반도에 전쟁 가능성이 거론되는 지금, 하루빨리 한미 안보협의체를 가동해 우리의 운명이 남의 손에 끌려다니는 일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