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ARF서 “중국이 대가 치러”… 리용호는 핵개발 고수 입장 재확인 아세안 10개국 이례적 北규탄성명… 美틸러슨 “말보다 행동이 더 중요”
국제사회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 직후 열린 첫 국제 외교 행사인 필리핀 마닐라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일제히 북한 압박에 나섰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연쇄 도발 뒤 첫 외교 무대에 나선 북한 정부 대표단은 예년보다 싸늘한 분위기 속에 사면초가에 몰렸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6일 마닐라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만나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왕 부장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 측에 ‘앞으로는 추가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해 탄도미사일을 쏘거나 핵실험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왕 부장은 이어 “현재 한반도 정세는 이미 위험한 임계점에 도달했으며 동시에 결단하고 담판을 회복할 전환점”이라며 “이런 중요한 시기에 우리는 관련 당사국에 냉정하게 형세를 판단하고 자제를 유지하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왕 부장은 또 이날 열린 ARF 후 기자들과 만나 “누가 안보리 결의의 각 항목을 집행하는가? 실제로 중국이 집행하는 것이다. 누가 이 방면에서 대가를 치러야 하는가? 중국이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왕 부장은 한중 외교장관 회담 후 중국 기자들과 만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는 피할 수 없는 객관적 현실이다. 우리는 최대한 빨리 이 장애물을 치우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의 안보 우려를 이해한다. 하지만 한국의 안보는 중국의 안보 불안의 기초 위에 세워질 수 없다”고 강 장관에게 얘기했다고 밝혔다. 리용호 외무상은 왕 부장과의 회담에서 핵 개발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 부장은 “북한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관심이 크지 않은 듯하다”고 전했다.
마닐라=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