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연표’… 日저출산 고령화가 가져올 회색빛 충격
언론에서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접할 때마다 큰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정확하게 어떤 일이 생기기에 ‘큰일’인 걸까. 이렇게 30∼50년이 지나면 한국 사회는 어떻게 되는 걸까.
인구 문제에 대해 여러 권의 책을 쓴 가와이 마사시(河合雅司) 산케이신문 논설위원이 6월에 펴낸 ‘미래의 연표’(사진)는 앞으로 50년 동안 벌어질 일들을 시계열로 정리한 책이다. 충격적인 미래상을 그린 이 책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됐다.
2020년에는 여성 둘 중 하나가 50세 이상이 된다. 일본은 이미 출산 가능 여성이 크게 줄어 아무리 합계출산율을 높이더라도 인구 감소를 멈출 수 없는 상황이다. 저출산이 저출산을 부르는 악순환이다.
2022년에는 혼자 사는 가구가 3분의 1을 넘어 ‘홀몸노인’ 문제가 본격화된다. 2024년에는 국민 3명 중 1명이 고령자가 되고 2033년에는 전국 주택 3분의 1이 빈집이 된다. 치매 환자가 치매 환자를 돌봐야 하고, 지방에서는 백화점 은행 등이 자취를 감춘다. 인프라 관리가 제대로 안 돼 국가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게 된다. 혈액이 부족해 수술을 못 하는 사례가 나오고, 화장장과 납골당이 부족해 사회 문제가 된다. 2040년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절반이 소멸 위기에 처하고, 2065년에는 현재 주거지 20%에 아무도 살지 않게 된다.
과도한 상상일까. 저자는 “미래 예측은 어렵지만 인구만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매년 모든 이들이 공평하게 한 살씩 더 먹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는 총알 한 발 없이 한 나라를 소멸시킬 수 있는 문제인데도 정책 담당자는 그 심각성을 모른다.
우익 성향의 신문사 소속 언론인이라서인지 이민에 대한 반감과 이웃나라에 대한 경계심이 드러나는 대목은 좀 아쉽다. 하지만 일본에 이어 조만간 고령자 대국이 될 한국의 미래상을 그려보고 싶은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한국의 고령자 비율은 13.5%로 일본의 20여 년 전과 비슷하지만 합계출산율(1.17명)은 이미 일본(1.44명)보다도 낮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