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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미사일 지침 조속 개정” 대북 군사대응력 강화 공감

입력 | 2017-08-07 03:00:00

[안보리, 고강도 대북제재 채택]ARF 외교장관 연쇄회담




南-北 잇달아 만난 中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6일(현지 시간) 개최된 한중 양자회담에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위쪽 사진 왼쪽)이 굳은 표정의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같은 날 리용호 북한 외무상(아래쪽 사진 왼쪽)이 북-중 양자회담을 마친 뒤 왕 부장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왕 부장이 리 외무상의 왼팔을 만지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다. 마닐라=뉴스1·AP 뉴시스

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선 첫날부터 한미, 한중, 북-중, 미중 등 숨 가쁜 양자회담이 이어졌다. 아세안 외교장관들이 일치된 의견으로 낸 공동성명과 그 직후 만장일치로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 2371호까지 표면적으로 북한은 옴짝달싹할 수 없는 형국이다. 얼마 전까지 국제사회의 북핵 패러다임 구도였던 ‘북중러 대 한미일’ 대결구도조차 흔들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나라별로 들어가면 북핵 해법을 둘러싼 각국의 이해가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어 이를 조정해낼 외교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개최지인 필리핀 마닐라에서 6일 만나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대북제재와 한미 안보태세 확립을 강조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지 9시간 만이었다.

양국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김정은 지하 벙커 타격 등 대북 군사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을 조속히 개시하기로 했다. 한 당국자는 “구체적으로 시기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가능한 한 빨리 지침을 개정하자고 한미 양국이 발표한 만큼 관심을 갖고 협력해 나가자는 데 두 장관이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틸러슨 장관은 또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대해 ‘implement(이행하다)’라는 표현 대신 ‘enforce(집행)’라는 단어를 쓰며 강력한 집행 의지를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최고위급 인사가 대북 제재안과 관련해 공식석상에서 비외교적 표현인 ‘enforce’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석유회사 엑손모빌 최고경영자 출신으로 ‘외교 문외한’이었던 그는 2월 취임 후 각종 한미 회의에서 주로 ‘청취자 모드’였지만, 이날은 적극적으로 강 장관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강력한 대북 압박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북한과 대화를 나누길 원한다”고 밝혔다가 백악관이 반박하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른 틸러슨 장관은 이날 회담에선 북한과의 직접 대화에 신중한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을 만나 “틸러슨 장관에게 안보리 결의가 성공적으로 채택되는 데 긴밀히 협의해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중국과 러시아의 동참을 이끄는 과정에서 겪은 ‘밀고 당기기’ 에피소드와 소회를 전한 뒤 “단순히 (각국에 제재안 실행을) 맡기는 게 아니라 이행 상황을 모니터하고 필요하면 이행 확보를 위한 추가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배석한 외교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틸러슨 장관은 어떤 대북 선언이나 정책적 발표보다는 일단 북한의 도발을 끊는 게 중요하며, 이를 위한 구체적 행동 마련이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는 것이다.

틸러슨 장관은 또 북한을 변화시키려면 중국과 러시아의 도움이 필요하고, 이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은 강력한 한미일 동맹에서 나온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틸러슨 장관은 “한미일 동맹이 바위처럼 단단할 때(rock solid) 중국과 러시아도 오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으며 중국과 러시아를 어떻게 대북제재에 동참시킬지 한미 외교장관이 상당 시간을 할애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가 구체적으로 (대북) 대화조건을 합의하거나 어떤 일정에 따라 협의하자고 한 부분은 없지만 적어도 최근 긴장된 (한반도)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관련자들이 인식할 정도의 상황이 되어야 할 것 같다”고 회담 분위기를 전했다.

마닐라=신나리 journari@donga.com / 황인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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