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대책이후 엇갈린 부동산시장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이곳에선 ‘8·2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호가가 3억 원 떨어진 아파트가 나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5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재건축 아파트인 반포주공1단지에서는 84m²(전용면적 기준) 아파트가 25억 원에 ‘급매물’로 나왔다. 이 아파트의 매매 호가는 8·2부동산대책 직전까지 28억 원이었다. 사흘 만에 3억 원이 떨어진 것이다.
8·2대책 이후 서울과 지방 광역시 부동산시장의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서울에서는 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기존 시세에서 수억 원이나 낮은 급매물이 등장했다. 반면 ‘규제 무풍지대’가 된 부산 등지에선 수백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아파트가 나오고 있다.
대전 유성구 반석동의 ‘반석 더샵’도 57.7 대 1의 높은 경쟁률로 청약을 마쳤다. 세종시가 8·2대책에 따라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대전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셈이다. 일부 단지에서는 수천만 원의 웃돈이 형성되기도 했다. 특별공급 당첨자가 확정되자 이들에게서 당첨권을 사려는 불법거래 시도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대신2차 푸르지오’ 84m² 아파트 특별공급분도 5일 현재 7000만∼8000만 원의 웃돈이 붙어 호가되고 있다. 이 아파트 인근 지역에 위치한 S공인중개소의 한 관계자는 “동·호수 추첨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1억 원 이상 웃돈이 붙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부산 수영구 수영동의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6·19대책 이후 분양권 전매가 완전히 막혔던 서울과 달리 부산 분양권은 당첨과 동시에 되팔 수 있어 서울에서 주소지를 바꿔 청약한 이른바 ‘점프 통장’도 상당수 몰렸다”고 전했다.
반면 대책의 직격탄을 맞은 서울 전역 부동산 시장에서는 매수 문의가 끊기고 주말 동안에도 급매물이 이어졌다. 이런 현상은 그동안 시세가 많이 뛰었던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뚜렷했다. ‘대장주’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의 경우 주말 동안 타입별 호가가 2억∼3억 원 떨어졌다. 이 단지 재건축조합이 관할 구청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는 9일 이후에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기 때문에 그전에 처분하려는 매물이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 “‘풍선효과’ 기대한 투자는 신중해야”
지역별로 주택시장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시장 일각에선 ‘역양극화’가 시작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금까지는 서울의 주택경기가 활황을 띠고 지방에서는 청약 미달 등이 속출했지만 앞으로는 8·2대책의 영향권을 피해간 지역으로 투자자가 몰릴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서울의 아파트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지방에 외부인의 투자 수요가 대거 유입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기존에 갖고 있던 주택이 팔리지 않는 데다 양도세 규제 등도 심해지는 상황에서 다른 지역의 아파트를 쉽게 사들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을 겨냥한 규제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투기수요를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확고해 ‘풍선효과가 번진다’는 소식이 들리면 해당 지역을 투기과열지구 등으로 지체 없이 지정할 가능성이 크다”며 “지방, 수도권을 막론하고 투자에 신중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천호성 thousand@donga.com·손가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