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 마지막경기 9초95 3위 그쳐… 고질 느린 출발 만회 못하고 아쉬움 우승 개틀린, 무릎 꿇고 경의 표해… 13일 400m 계주서 최다 메달 도전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군림해 온 ‘번개’ 우사인 볼트(31·자메이카)가 선수로서의 마지막 100m 레이스를 1등으로 마무리하지 못했다. 볼트는 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m 남자 결선에서 9초95의 기록으로 3위를 했다. 볼트가 메이저 대회(세계선수권, 올림픽) 100m에서 우승을 놓친 건 부정 출발로 실격된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두 번째이다. ‘워싱턴포스트’가 볼트의 우승 실패 소식을 전하면서 ‘가짜 뉴스 아님(not fake news)’이라고 따로 표시할 정도로 볼트의 3위는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저스틴 개틀린(35)이 9초92로 1위, 크리스천 콜먼(21·이상 미국)이 9초94로 2위를 했다.
출발이 늦었던 볼트는 전성기 때처럼 50∼60m 이후 치고 나가는 막판 스퍼트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 때문에 볼트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골인했던 그동안의 모습과는 달리 막판까지 전력 질주하면서 결승선 직전에는 머리를 들이미는 흔치 않은 모습까지 보였다. 볼트는 결선 진출자 8명 중 출발 신호에 반응하는 시간(0.183초)이 두 번째로 길었다. 원래도 출발이 좋은 편은 아니었던 볼트는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대회 실격 이후 ‘안전 출발’에 신경을 많이 썼다. 볼트는 “예전에는 레이스 중 (늦은 출발을) 만회했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볼트는 익숙지 않은 패자의 경험을 하고도 담담했고,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볼트는 “개틀린은 대단한 경쟁자다. 콜먼은 어린 선수이지만 엄청난 재능을 가졌다. 그런 선수들에게 졌기 때문에 미련은 없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 은퇴를 번복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볼트는 개틀린에게 축하의 인사도 건넸다.
볼트는 칼 루이스와 모리스 그린(이상 미국)이 달성한 세계선수권대회 100m 3연패에는 실패했지만 개인 통산 메달 14개(금메달 1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이 부문 타이를 기록했다. 자메이카 출신의 여성 스프린터 멀린 오티(57·슬로베니아·은퇴)가 14개(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7개)를 땄다. 볼트는 13일 400m 계주(결선)에서 역대 최다인 15번째 메달에 도전한다. 볼트가 선수로 뛰는 마지막 경기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