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에서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은 잊을 만하면 등장하지만, 직장인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직장인들에게 야근은 그림자처럼 붙어 다닌다. 단기적으로 일이 몰려 야근을 하는 경우도 있고,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자발적으로 야근을 하는 경우도 있다. 딱히 할 일이 없는데도 상사를 따라 사무실에 남아있는 눈치 보기 야근도 있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어쨌든 산업 현장에는 밤을 잊고 일에 몰두하는 직장인이 많다.
▷정말 뼈가 으스러지도록 일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정보기술(IT)업체와 게임업체에서 소프트웨어나 게임 출시를 앞두고 ‘크런치 모드(Crunch Mode)’라는 이름으로 주말도 없는 노동과 야근을 강행한다. 크런치 모드는 ‘마감 직전의 중요한 기간’이라는 뜻의 ‘크런치 타임(Crunch Time)’에서 나온 말이다. 크런치라는 단어가 단단한 게 으스러질 때 나는 소리여서 더 공감이 간다. 국제게임개발자협회(IGDA)의 한 조사에 따르면 게임 출시를 앞둔 평균 노동시간이 주당 60∼85시간에 이른다고 한다. 사람들 즐거우라고 만드는 게임이지만 정작 개발자들은 죽을 맛인 시기다.
주성원 논설위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