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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예방전쟁론’에… 문재인 대통령 “한반도 전쟁 용인못해” 선그어

입력 | 2017-08-08 03:00:00

한미정상, 北ICBM 열흘만에 통화




한미정상 통화뒤 닮은꼴 트윗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 등 양국 간 주요 현안에 대해 통화하고 있다. 통화 직후 문 대통령(위 사진)과 트럼프 대통령은 각각 트위터에 통화 사실을 밝혔다. 청와대 제공

7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 후 열흘 만에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 통화는 오전 7시 58분부터 8시 54분까지 56분 동안 이뤄졌다. 양 정상 간 통화는 문 대통령 취임 축하 전화에 이어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베를린 구상’ 기조에 다시 한 번 공감을 얻어내면서도 한국의 자체 방위력 증강 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남북 대화의 실효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부분에 대해 언급하는 등 미묘한 온도 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미 정상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에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가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전 이사국의 만장일치로 유례없이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매우 중요한 상황 변화였다”며 강력한 압박과 제재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북한 도발 직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잔여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를 결정한 사실을 직접 설명하면서 한국의 탄도미사일 탄두 증량, 핵잠수함 추진 등 자체 방위력 증강을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휴가를 즐기던 중 문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고, 당초 회담 시작 2분 전에 “통화할 준비가 됐다”며 적극성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주 좋다’, ‘감사하다’ 등의 표현을 여섯 번이나 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고 전했다. 한미 정상은 통화 후 각각 트위터에 통화 사실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남북 대화 추진에 대해서는 미묘한 입장 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줄곧 문 대통령의 북한 문제 해결 방안을 경청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40여 분 만에야 “정말 궁금해서 묻는데, 실제로 북한과 대화 시도를 해보셨냐?”며 대화 기조에 의문을 표시하는 첫 질문을 던졌다.

한반도에서의 전쟁 참상은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한 문 대통령은 “지금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거나 폐기할 때까지 제재와 압박을 해야지, 대화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제가 제안한 대북 대화의 본질은 남북 적십자회담을 통한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조치와 핫라인 복원을 통해 우발적 충돌을 막는 것이 요체이지, 핵과 미사일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한 대화 제의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핵·미사일 문제의 해결 주체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사회이고,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관계 개선은 한국이 주도하는 투 트랙 접근을 트럼프 대통령이 섞어서 생각하지 않도록 선을 그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대북제재 국면이 강화되면서 문 대통령이 언급했던 남한의 독자제재 카드가 더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단은 유엔 안보리 제재를 기반으로 대북 공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중반 이후 “미국은 한미동맹을 위해 막대한 국방예산을 지출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화제를 한미 FTA 개정 협상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내년 국방비 지출을 늘릴 것이고, 상당 부분이 미국 첨단무기 구입에 쓰일 것인데, 무역적자 규모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대응했다고 박 대변인은 설명했다.

야권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안보 구상에 대해 별 코멘트 없이 듣기만 한 것이 한국의 역할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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