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보근 기자 paranwon@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
현대사회에는 일 때문에 고통을 겪고, 그것이 오래 지속되어 우울증이 생기고, 더 악화되면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사람이 많다. 특히 모든 것이 역동적인 한국에서는 그런 면이 더 두드러져 보이는 것 같다. 전에는 한국의 모든 것이 빨라서 좋았지만, 이 빠름 속에 수많은 비극적인 이야기들이 숨어있음을 알게 되면서부터는 안타까움도 동시에 느끼게 됐다. 이런 점을 알게 되면서 특히 대중을 상대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분들을 만날 때는 물건 하나를 살 때도 최대한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한다. 버스운전사와 미화원, 배달원 같은 분들 중에는 보이지 않는 영웅이 많다. 확실히 한국에는 자신은 어려운 처지이면서도 남을 돕거나 더 큰 희생을 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점은 한국의 강점이기도 하다.
나의 외국인 친구들 가운데 처음에는 한국의 모든 것이 빨라서 편리하고 좋다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점점 오래 살수록 한국을 벗어나려고 하는 친구들도 생기고 있다. 내가 보기에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은 두 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다.
두 번째는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고 떠나는 경우다. 상당수 외국인이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한다. 한국어를 모를 경우 3D 업종에서 일하며 몸과 마음이 상처로 가득 찬다. 실제로 내 주변에 한국에서 대학교 한 학기만 마치고 몽골로 영영 떠나버린 친구들도 있다. 그 친구들은 일을 하다가 다치고 나서 한국 생활이 악몽과 같았다고 한다.
상당수 외국인 친구들이 하는 말이 한국에서는 외국인이나 한국인이나 빠르게 일처리를 하지 못하면 몸과 마음이 다치게 된다는 것이다. 언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한국인이 외국인보다 입장이 낫겠지만, 결과적으로 일처리가 느리면 좋은 사람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바로는 그런 것 같다.
한강의 기적처럼 빠르게 발전한 한국문화도 대단하지만, 이는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희생자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다. 서울의 야경과 한류 드라마는 화려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은 이런 화려함과는 다른 점이 많다. 이 화려함 때문에 외국인들에게 대한민국은 희망의 나라이고, 부자들만 사는 나라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등장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현실은 다르다.
종종 한국을 궁금해하는 외국인 친구들은 나에게 “한국 생활 어때?”라고 묻는다. 이런 질문에 나는 “만약 네가 한국 노동시장에서 악착같이 열심히 일하면 원하는 만큼 보상을 받겠지만 그만큼 희생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곤 “그것 모두 감수할 자신이 있다면 와도 된다. 그래도 짧은 기간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한다. 또 “한국 생활을 경험하고 한국인처럼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능력을 배우면 고향에 가서 절대로 일 못한다는 말은 듣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한국 사회는 모든 사람에게 장단점이 있는 나라인 것 같다.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