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미국 GM이 문제 삼으면서 주목을 끌었던 통상임금 분쟁이 천문학적 규모의 소송으로 비화되었다. 판결이 임박한 A사는 노동조합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므로 수당을 소급 적용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는데, 승소하면 사용자는 임금뿐 아니라 퇴직금 등 총 3조 원 정도의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법원은 2013년 12월 정기상여금도 일정 요건을 갖추었다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발생한 추가 수당에 대해 근로자 측이 예상외의 이익을 추구해 기업이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하거나 존립에 위협을 받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이러자 지불 능력이 좋은 대기업과 공기업 노조는 경영상의 어려움이나 존립이 위태로울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추가 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수당을 소급 적용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따라서 진행 중인 통상임금 소송은 추가 수당 청구에 신의 성실의 원칙이 적용되느냐가 핵심 쟁점이 되었다.
우리 대기업과 공기업은 독점적 지위를 통해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고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비용을 절감한다. 대기업과 공기업 노조는 사용자와 대립적 관계이지만, 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을 협력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전가해왔다. 따라서 대기업과 공기업의 지불 능력은 경제적 약자의 희생 위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독점적 지위 때문에 지불 능력이 높은 기업의 근로자는 추가 수당을 소급해 받고, 낮은 기업의 근로자는 못 받는다면 이는 정의에 위배되는 것이다.
우리 노동시장은 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대-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 격차는 커지고 있다. 동일노동가치-동일임금이라는 노동 정의가 크게 훼손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불 능력이 좋은 대기업 근로자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어 추가 수당을 받으면 횡재한 기분이겠지만 중소기업 근로자는 노동조합의 혜택을 보기 어려워 추가 수당 소급 적용은 강 건너 이야기에 불과할 수 있다.
사법부는 노동에서의 정의와 공정성의 기준을 명확하게 세워 경제적 약자도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