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충분하다’는 정부, 7월 이어 7일 또 ‘사용량 감축’ 지시

일각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위해 정부가 인위적으로 수요를 억제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자발적으로 수요 감축에 나서겠다고 약속한 기업과 계약에 따라 수요 관리를 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정부가 급전(急電) 지시를 내리면서 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7일 산업부에 따르면 전력거래소는 지난달 12일 3시간, 21일에는 4시간 동안 기업들에 전력 사용량을 줄이도록 급전 지시를 내렸다. 이는 2014년 11월 도입된 수요 자원 거래시장 제도에 따른 것이다. 이 제도는 감축 의무에 따르겠다고 정부와 사전에 계약한 기업들이 전력 사용량을 감축하면 인센티브(정산금)를 주는 제도다. 올해 6월 기준으로 전국에서 3195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해 정산금으로 1655억 원이 지급됐다.
감축 지시는 7일에도 내려졌다. 전력거래소는 “참여 업체들이 감축 지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4년 수요 자원 거래시장 제도를 도입하면서 “여름, 겨울 등 전력 사용량이 많을 때 절전 캠페인보다 수요 조절에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홍보했다. 피크 수요에 맞춰 발전 설비를 늘리는 한편 전력 사용량이 몰리는 시기에 사용량을 줄이면 전력 예비율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었다.
문제는 시행 이후 약 2년 반 동안 3번밖에 내려지지 않았던 급전 지시가 올 들어 7월 한 달에만 2번이나, 그것도 장시간 내려졌다는 데 있다. 전력 수요를 중간에서 관리하는 업체 관계자는 “좋은 취지에 공감해 참여했던 기업들이 갑작스럽게 사용량을 많이 줄이라고 해 불만이 매우 크다. 수요 관리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부는 “12일에는 일부 발전기가 고장 나서, 21일에는 최대 수요 경신이 예상돼 감축 지시를 내렸다”고 해명했다. 이어 “거래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시행한 것이지 탈원전을 위해 일부러 예비율을 높이려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반면 감축 지시가 내려졌던 7월 21일은 기업들의 감축이 없었다면 공급 예비율이 한 자릿수대로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그날은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전력 수요를 보였다. 이날 최대 전력량은 8458만 kW였으며 공급 예비율은 12.3%였다. 감축 지시가 없었다면 이날 예비율은 10.1%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김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