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배우, 무대]뮤지컬 ‘시라노’의 코
마치 동화 속 피노키오의 코처럼 길쭉한 특수모형 코를 덧붙이고 열연하는 뮤지컬 ‘시라노’의 주연 배우 류정한(왼쪽). 가벼운 소재로 만든 모형 코는 무게가 50g이 채 안 된다. CJ E&M 제공
타고난 글쟁이인 시라노는 아름다운 여인 록산을 짝사랑하지만 코로 인한 외모 콤플렉스 탓에 고백은커녕 그림자처럼 그녀 곁만 맴돈다. 대신 잘생겼지만 글재주가 부족한 크리스티앙을 대신해 록산을 향한 연애편지를 대필하며 두 연인의 ‘큐피드 화살’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시라노 역을 꿰찬 배우는 류정한, 홍광호, 김동완이다. 이들은 자신의 코 위에 특수제작한 4.5cm 높이의 코 분장을 덧대 붙이고 무대에 오른다. 이들의 코는 동화 속 피노키오 코처럼 길고 뾰족하다. 20년 경력의 김성혜 분장감독(44)은 “시라노 특수분장 코는 코 모양이 새겨진 조소 틀에 고무 소재의 재료를 붓고 본을 떠 제작한다”며 “소재의 특성상 한번 제작한 코는 배우당 2∼3회만 착용한 뒤 버리고 새로 만든다”고 말했다.
세 배우의 특수분장 코는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같은 모양이지만, 색깔은 다르다. 배우별로 피부색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김동완의 피부가 가장 까무잡잡하고, 홍광호는 하얀 피부를 지녔다”며 “김동완, 류정한, 홍광호 순으로 특수분장 코 색깔이 밝아진다. 분장 코가 배우 피부색과 자연스럽게 연결돼야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공연 1시간 30분 전에 세 배우가 분장실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건 특수분장 코를 붙이는 일이다. 김 감독은 “3시간 러닝타임 내내 떨어지지 않도록 접착력이 강한 분장용 글루를 배우 코와 분장 코 표면에 각각 발라 정확한 위치에 부착한다”고 말했다. 코 분장이 완료돼야 메이크업에 들어간다.
배우 김동완은 여느 공연 때와 달리 ‘시라노’ 작품을 위해 코 관리에 부쩍 신경 쓴다고 말했다. 그는 “아침저녁 하루 2번씩 소금물을 코로 마신 뒤 입으로 내뱉는 ‘코 가글’을 빼먹지 않고 한다”며 “글루 때문에 코가 쉽게 헐 수 있어서 코 가글 관리가 필수”라고 말했다. 10월 8일까지 LG아트센터. 6만∼14만 원. 1588-5212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